매입채무 상거래 채권 취급해 투자자 보호
“5월 말 현금 7,395억 부족” 예고
업계 1위 서울우유, 결국 납품 중단

홈플러스가 매입채무 유동화를 상거래 채권으로 취급해 4,618억 원을 전액 변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심각한 현금 부족 위기와 주요 납품업체 이탈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겹쳤다.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회생절차 개시 명령 신청서’에서 홈플러스는 5월 말까지 현금이 7,395억 원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며 자금난을 공식 인정했다. 홈플러스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3월 17일 184억 원의 현금 부족이 발생한 후 지속적으로 악화돼 5월 말일에는 현금 부족 금액이 7,395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신용등급 강등 직후 단 하루 만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던 절박한 배경이다.

홈플러스는 회생 계획에 따라 매입채무 유동화 잔액(지난 4일 기준 약 4,618억 원)을 상거래 채권으로 취급해 선의의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 현금 상황은 이러한 약속을 이행하기에 매우 어려운 상태로 보인다. 이에 주요 납품업체들이 불안감을 드러내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유업계 1위 서울우유는 대금 결제 우려로 지난 20일부터 홈플러스 납품을 중단했다. 서울우유는 상품 대금 현금 선납을 요구했으나, 홈플러스가 다른 협력사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농심을 비롯해 오뚜기, 동서식품, 삼양식품,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식품 업체들도 홈플러스에 납품을 일시 중단했다가 현재는 재개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불안정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홈플러스의 신뢰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소비자들도 이 상황을 체감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홈플러스 온라인으로 냉동식품을 주문했는데 얼음팩 없이 배송됐다”라며 “고객센터에서는 소모품 납품에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라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협력사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상거래 채권 지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까지 총 4,763억 원의 상거래 채권을 지급했다”라며,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와 협력사 간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른 납품업체들도 대금 지급 방식 변경과 결제 주기 단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를 통해 금융 채권자들과 이자율 조정, 임차 점포 임대료 재조정 등으로 회사를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원은 조주연 대표와 김광일 대표가 계속 경영을 맡도록 결정했다. 김 대표는 홈플러스를 2015년 인수한 MBK파트너스의 부회장이다.
지난 회계연도 홈플러스의 온라인 매출은 1조 5,000억 원을 넘어서며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온라인 매출 비중은 전체의 20%를 넘었으나, 오프라인 매출은 경기 침체와 시장 경쟁 심화로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다. 홈플러스가 자금난을 해소하고 납품업체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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