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 낮잠 ‘1,000원’ 이벤트
휴식도 하나의 소비 대상으로 탈바꿈
‘업계 위기’ 영화관이 선택한 방법

점심 식사 대신 낮잠을 선택하는 강남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메가박스 강남점이 지난 17일부터 선보인 ‘메가 쉼표’ 이벤트가 연일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단돈 1,000원에 리클라이너 좌석에서 2시간 동안 낮잠을 즐길 수 있는 이 서비스는 강남 직장인들의 새로운 점심 메뉴로 자리 잡았다.

이 이벤트는 오전 11시 50분부터 오후 1시 50분까지, 소등한 2개 상영관을 휴식 공간으로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메가박스 앱이나 현장 무인 발권기에서 예약 후 좌석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낮잠’이 소비 대상이 된 배경에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있다. 글로벌 트렌드 분석 기업 WGSN은 올해 주요 키워드로 ‘치유를 위한 게으름(Therapeutic Laziness)’을 선정했다. ‘베드 로팅(침대에 누워 시간 보내기)’이 유행하고 수면 관광이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르는 등 휴식이 하나의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업무 강도가 높은 강남 지역에서는 점심시간에 제대로 쉴 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카페는 시끄럽고 회사 내 휴게공간은 한정적인 상황에서, 어둡고 조용한 영화관의 리클라이너 좌석은 완벽한 휴식처로 부상했다.
메가박스 측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영화관이 ‘쉼의 공간’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영화관의 이러한 변신은 산업의 위기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생존 전략으로 해석된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체 극장 매출액은 1조 1,945억 원, 관객 수는 1억 2,313만 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5.3%, 1.6% 감소했다. 코로나19 이후 3년간 극장 매출과 관객 수는 1조 2,000억 원, 1억 2,000만 명 내외에서 정체 상태다.

반면 OTT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를 보면, 국내 주요 OTT 서비스(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의 매출은 2019년 3,049억 원에서 2023년 1조 4,407억 원으로 4년 새 4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OTT 이용률도 52%에서 77%로 크게 올랐다.
영화 티켓 가격 인상과 OTT 서비스의 확대로 소비자들이 집에서 쉽고 저렴하게 콘텐츠를 즐기게 되면서, 영화관은 더 이상 ‘영화를 보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아니게 됐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영화관들은 생존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 중이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모든 상영관을 리클라이너 좌석으로 재단장하면서 이를 알리기 위해 기획했다”며 “강남은 직장인과 학원가가 밀집된 지역이라, 암전이 가능한 상영관에서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콘셉트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전했다.

메가박스의 이 같은 시도는 영화관 업계의 생존 전략 중 하나로, 멀티플렉스 3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CGV는 삼성전자와 함께 AI 기반 미래형 영화관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영화를 보며 니트링을 할 수 있는 독특한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이전에는 ‘시에스타’ 서비스로 낮잠 서비스를 시도한 바 있으며, 야구 경기 생중계 등 다양한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카카오프렌즈와 협력한 캐릭터 상품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오스카 후보작을 선보이는 특별 전시회 등을 통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샤롯데 스위트’와 같은 고급화 전략으로 영화 관람 환경의 질적 향상에도 주력하고 있다.

영화 소비 방식이 변화하는 시대에 메가박스의 전략은 영화관을 단순한 ‘영화 관람 공간’에서 ‘깊은 몰입과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영화관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영 공간을 넘어 브랜드 경험 자체를 차별화할 새로운 전략이 필수가 된 것이다.
메가박스의 ‘메가 쉼표’ 이벤트는 이러한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영화관 산업 전반이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넘어, 관람의 질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국 극장업계는 ‘왜 영화관을 가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해야 한다. 메가박스의 낮잠 서비스처럼 단순한 관람 공간을 넘어 몰입과 휴식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경험이 그 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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