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업 줄고 국내복귀 증가
고연봉에도 물가 부담 상승
외국인 취업자 100만 돌파

“외국에서 살아보니 한국이 ‘헬조선’이 아니었다?” 지난 몇 년간 많은 청년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해외 취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해외로 떠났던 청년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해외취업자 수는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반대로 국내 체류 외국인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외국인 취업자 수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취업을 선택한 한국 청년은 1,605명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이는 2021년 이후 3년 만의 감소세다. 특히 미국과 중동 지역 취업이 급감했다. 미국은 IT 업계를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어졌고, 중동에서는 한국 의료 인력의 해외 유출이 줄어들면서 취업 기회가 축소됐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해에만 15만 2,000명의 직원을 해고하며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할 여력이 줄어들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으로 이민 규제가 강화될 조짐을 보인다. 지난 2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투자이민(EB-5) 제도를 폐지하고, 기존에는 90만 달러(약 13억 원) 이상 투자 시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던 조건을 500만 달러(약 71억 원)로 대폭 상향한 ‘골드카드(Gold Card)’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중동에선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중심으로 의료 분야에서 한국 인력 선호도가 높았지만, 코로나19로 국내 의료 인력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해외취업자가 급감했다.

해외 취업자들이 다시 한국으로 복귀하는 이유는 단순히 일자리 감소 때문만이 아니다. 한국의 임금 수준이 상승하면서 해외 취업의 경제적 매력이 떨어진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올해 처음으로 1만 원을 돌파했으며,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속한다. 이에 반해, 해외에서 높은 연봉을 받더라도 현지 물가와 생활비 부담이 커 실질적인 소득 격차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인력공단의 ‘해외취업자 사후관리 설문조사 최종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받은 해외취업자 6,715명 중 46.6%인 3,129명이 한국으로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장 큰 불만으로 꼽은 것은 한국 대비 낮은 임금(13.0%), 낮은 고용 안정성(13.9%), 경력 개발 기회 부족(12.0%) 등이었다. 해외에 남아 있는 취업자 중에서도 16.1%가 “한국 대비 낮은 임금이 불만족스럽다”라고 응답했다.

한편, 같은 시기 국내 체류 외국인은 역대 최대 수준인 156만 명을 기록했다. 외국인 취업자 수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서며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산업별로 보면 외국인 취업자의 절반 가까이가 제조업(46만 1,000명)에 종사하고 있으며, 숙박·음식업(19만 1,000명), 서비스업(14만 4,000명) 등에서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이들 중 94.6%가 임금근로자로 일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임시·일용직 비중이 34.4%에 달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평균 임금은 200만~300만 원 구간이 48만 9,000명으로 가장 많고, 300만 원 이상을 받는 경우는 35만 4,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들의 생활 만족도는 84.3%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여전히 17.4%는 출신 국가나 한국어 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한 자녀를 둔 외국인 중 35.7%가 교육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해외취업’이 더 나은 기회를 잡기 위한 선택이었다면, 이제는 국내외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해외 일자리는 줄어드는 반면, 한국의 노동시장과 복지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외 취업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희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취업 지원 정책을 단순히 취업 알선에 그치지 않고,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청년들이 국내에서 경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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