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생산 업체 대한전선
조선전선(주)로 설립
설원량 숨진 이후 불행 시작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전선 생산업체는 대한전선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전선은 회사 이름 그대로 전선이 주력 제품이며, 이들은 전선뿐만 아니라 통신용 케이블도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전선은 1941년에 국내 최초의 전선 기업이며, 설경동 회장이 조선전선(주)라는 명칭으로 설립했다. 창립 이후 1955년에 대한전선(주)으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1957년 플라스틱 전력케이블을 시초로 전선 제품 생산에 뛰어들었다.
이후 1959년 국내 최초로 용동압연기를 설비하기도 했다. 1961년에는 업계 최초로 연피통신케이블을 생산해 명성을 알렸으며, 1964년에는 국내 최초로 전선류를 해외로 수출했다. 이에 당시 KS 표시 허가까지 취득하기도 했다. 이후 1967년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시흥동에 전기 공장을 건설하고 1968년에 일본 도시바와 협력을 시작했다.

가전제품 사업에 진출한 뒤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이에 한때 재계 5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1969년부터는 텔레비전 생산을 착수하고 1970년에는 국내 최초로 탁상용 전자계산기를 제작했다. 1978년에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국내 판매권을 취득했으며, 세계에서 8번째로 초고압 OF케이블 공장을 건설한 뒤 1979년에는 국내 최초로 광케이블을 구축했다. 승승장구했던 역사 속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다.
당시 대한전선은 성에가 잘 생기는 직냉식 냉장고 기술을 사용해 팔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1978년 12월에는 인천의 한 가정집에서 자사 TV가 폭발해 일가족이 사망하는 사고가 생기기도 했다. 또한 현금 거래에만 의존해 온 할부판매로 인한 자금 압박, 해외 판매 부진 등에 제2차 오일쇼크까지 겹쳐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회사 공장은 수도권에 위치해 있었다.

이에 부품 생산업체 등의 거래처 부문이 삼성전자와 충돌하여 대한전선의 판매가 저조할수록 협력업체들은 삼성으로 갈아타기도 했다. 이후 임직원들이 경영합리화 등 사업 재개에 노력했지만, 가전제품과 방산 부문은 1983년 대우전자로 인수되었다. 인수 후 대한전선은 전선과 케이블 사업을 대표적으로 기반을 확립하며 1981년 대한종합건설을 합병했다.
1994년과 1995년에는 삼양금속으로부터 스테인레스 생산 부문과 알루미늄 생산 부문을 넘겨받았다가 1999년에는 알루미늄사업부를 ‘알칸대한’으로 분리하였다. 2000년에는 남아공 전선업체 말레셀라 테크놀로지와 합작해 ‘M-TEC’를 건설해 업계 최초로 아프리카 시장까지 진입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충남 당진에 전력기기공장을 착수하고 스테인리스사업부를 ‘대한ST’로 나누었다.

다시 회사가 일어서나 했지만 갑작스럽게 오너가 사망하면서 대한전선의 불행이 시작됐다. 2004년 3월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이 뇌출혈로 향년 63살에 사망했다. 그는 대한전선 창업주 설경동 회장의 3남으로 회사를 물려받아 삼성, LG 등과 치열하게 경쟁해 왔었다. 이에 대한전선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로 경영 공백을 맞았다. 이후 2013년 10월 설윤석 대한전선 사장이 물러나면서 설 씨 3대 58년 역사가 끝을 맺었다.
설윤석 사장은 단순 퇴임이 아니라 경영권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설원량 회장 사망 이후 회사를 물려받은 지 정확히 9년 만의 일이다. 설윤석 사장은 당시 유학의 꿈을 접고 기획전략팀 과장으로 경영 수업에 돌입했다. 이때 양귀애 씨가 회사 고문을 맡아 경영에 참여하면서 아들을 위한 후견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대한전선의 체제는 매우 불안정했다.

완전한 전문경영인 체제도 아니었으며 경영승계를 위한 과도기 체제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전문경영인이 경영 독주를 자신의 의사대로 진행해도 ‘견제 시스템’이 작동하기에 복잡하다. 또한 불안정한 체제는 그룹 내에 ‘이중권력 구조’가 만들어져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할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당시 설종량 회장 아래에서 ‘사업 다각화’를 펼치던 임종욱 사장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이다. 설종량 회장이 쌍방울과 무주리조트를 인수하고 성공한 경험이 오히려 해가 되어 그에게 돌아왔다.
사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임종욱 회장은 남광토건, 온세텔레콤 등을 매입한 것에 더불어 서울 남부터미널 터도 인수했다. 이에 2008년까지 대한전선이 인수합병에 투자한 돈이 2조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대한전선의 몰락은 창업주의 유훈을 어긴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17년 대한전선의 창업주 3세가 과거 경영난으로 매각했던 기업을 5년 만에 되찾으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대한광통신은 전 최대 주주인 대청기업, 특수관계인인 설윤석 전 대한전선 사장이 ‘큐씨피6호 프로젝트 사모투자전문회사’가 보유한 주식 50%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대청기업은 설 전 사장과 동생 설윤성씨가 각각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이기 때문에 사실상 설 전 사장이 콜옵션 행사의 주체인 회사이다. 당시 대상 주식은 큐씨피6호가 보유한 1,807만여 주 가운데 903만여 주로 나타났으며, 이때 주가 기준으로 하면 약 350억 원 규모로 전해졌다. 특히 옛 대한전선 그룹을 이끈 설씨 가문의 마지막 사업체인 대한광통신은 실적도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어 재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대한광통신은 이사회를 개최해 설윤석, 박민수 사내이사를 신임대표로 각각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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