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승계, 한국 재벌의 현실
해외는 능력 기반 승계 구조
기업 경쟁력, 투명성이 좌우

출처: 뉴스1
“핏줄만 있으면 된다.” 한국 재벌 경영 승계를 둘러싼 씁쓸한 농담이지만, 현실은 이보다 더 적나라하다. 한국 재벌 3~4세는 20년이 걸리는 임원 승진을 단 5.5년 만에 이루고, 30대 후반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다. 그런데 이 초고속 승진이 능력과 검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일까? 반면, 해외의 가족 경영 기업들은 혈연이 아니라 능력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경영 승계를 진행한다. 한국과 해외의 차이는 단순히 승계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근본적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12개 재벌 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재벌 3~4세는 평균 32.8세에 임원이 되고, 38.2세에 CEO가 된다. 이는 일반 대기업 직원이 임원에 오르는 데 약 20년이 걸리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현대가, 신세계 등은 임원 승진 속도가 빠르며, 경우에 따라 입사와 동시에 임원으로 시작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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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초고속 승계 방식은 재벌의 경영 전통으로 자리 잡았지만, 문제는 승계 과정에서 객관적 검증이나 충분한 경영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영 능력 부족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력 약화는 물론, 국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총수 일가의 미등기 임원 비율이 높아 책임 경영을 회피하려는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재벌 3~4세의 미등기 임원 비율은 약 46%로, 고위직에 있으면서도 경영 실패나 산업재해 등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출처: 뉴스1
반면, 해외 유명 가족 경영 기업들은 혈연보다는 능력과 철저한 검증을 바탕으로 경영자를 선출한다. 독일의 가전업체 밀레는 두 가문이 공동 경영을 이어가면서도 후계자를 선출할 때 엄격한 심사와 실무 수련을 요구한다. 4년간 외부에서 경영 실무를 쌓고, 업무능력 시험과 면접을 통해 후계자가 결정된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가 기업의 장기적 성공을 뒷받침한다.
미국의 포드 자동차는 경영난 시기에 전문경영인을 영입하여 22년간 운영한 뒤, 경영 실적이 안정된 시점에서 다시 가족 구성원이 CEO로 복귀했다. 이는 이사회와 외부의 객관적 판단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포드의 사례는 가족 경영과 전문경영 체제를 조화롭게 결합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150년 동안 가족 경영을 유지하면서도 노조와 정부의 참여를 통해 민주적 경영 구조를 마련했다. 주요 의사결정은 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지며, 경영의 공정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특히 기업 이익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비결로 꼽힌다.

출처: 뉴스1
한국 기업과 해외 기업 간 가장 큰 차이는 견제와 균형의 유무다. 한국은 이사회 중심의 견제 시스템이 약하고, 모든 권한이 총수 일가에 집중된다. 이는 경영 실패 시 기업 전체가 흔들릴 위험을 높인다. 해외 기업은 가족 경영을 유지하면서도 투명한 검증 절차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기업 경쟁력을 유지한다. 특히, 경영 능력을 중시하는 문화는 기업의 장기적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이러한 차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능력을 기준으로 한 해외 기업의 승계 방식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반면, 한국 재벌 기업의 혈연 중심 승계는 장기적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출처: 뉴스1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영 승계 구조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후계자 선출 과정에서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전문경영인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기업 내부의 문제를 넘어 한국 경제의 전반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듯, 경영 능력과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한 체제를 도입해야만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단순한 혈연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구조를 통해 이루어진다. 혈연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승계 방식, 이제는 한국 재벌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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