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놓쳐 땅 치고 후회했다는 ‘광고천재’…현재 이렇게 지내죠

광고 천재 이제석 근황
제일기획 입사 지원 탈락
스위스 북한대표부 건물 화제

최근 유엔의 북한 인권 정례 검토(UPR)를 하루 앞두고 수의를 입고 철창 속에 갇힌 듯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광고 포스터가 스위스에 있는 북한대표부 건물 문 앞에 부착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해당 광고의 제작자가 삼성의 계열사 중 하나인 제일기획이 놓친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이 광고를 제작한 인물은 과거 ‘광고 천재’로 불리며 광고업계를 휩쓸었던 ‘이제석 광고연구소’ 이제석 소장이다.

지난 7일 북한 인권 전문 민간단체 PSCORE는 이제석 광고연구소와 공동으로 북한의 인권탄압에 항의하고 그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공익 광고 포스터를 제작해 제네바에 있는 북한 대표부 철제문에 부착하는 공익 캠페인을 벌였다고 밝혔다.

해당 광고 포스터는 수의를 입은 김 위원장이 철창 속에 갇힌 듯한 모습과 함께 ‘한 명만 구속되면 수백만 명이 해방될 수 있다’라는 의미의 영문 글귀(ARREST ONE, SAVE MILLIONS)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제석 광고연구소와 PSCORE는 북한대표부 직원들이 출입하지 않는 틈을 타 광고 포스터를 부착했다가 떼어내는 과정을 촬영해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이제석 대표는 광고 포스터 부착 장면은 영상으로 제작해 온라인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철창 속 김정은’ 포스터는 북한대표부와 함께 제네바 시내와 김 위원장이 다닌 대학이 있는 베른 등에도 부착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어 PSCORE의 남바다 사무국장은 “북한 최고지도자가 실제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같은 국제재판에 부쳐질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적 논쟁을 떠나, 이러한 무거운 주제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국제 여론을 모으고 북한의 악행을 심판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캠페인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더하여 이제석 소장은 “하루빨리 인권탄압의 감옥에서 탈출하기를 염원하는 2천500만의 북한 주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광고 속에 담고자 했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석 소장은 광고계의 편견을 부순 작은 거인으로 통하기도 한다.

이는 그가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세계 3대 광고제의 하나로 꼽히는 뉴욕 원쇼 페스티벌 최우수상, 광고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클리오 어워드 동상, 미국 광고협회의 애디 어워드 금상을 비롯해 국제 광고제에서 40여 개의 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당초 이제석 소장은 의대에 진학한 형에게 밀려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 그는 학창 시절 수업 태도 불량으로 숱하게 선생님들에게 혼나기도 했다. 다만, 계명대 시각디자인과에 입학한 뒤 그는 수석 졸업을 하게 된다.

이후 금강기획, 제일기획 등 국내 광고회사들의 문을 두드린 그는 지방 대학 출신인 데다 공모전 수상 경력도 없어서인지 번번이 낙방했다. 당시 그는 동네에서 간판 디자인 일을 하며 성공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제석은 당시 “오기가 생겨 광고를 제대로 배워 세계 최고가 되리라는 결심을 하게 됐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그는 편견과 상식을 깨는 아이디어로 세계를 접수했다. 그는 25살의 나이로 지난 2007년 세계 최대 광고제인 ‘원 쇼 칼리지 페스티벌’에서 1등 상을 받는 영광을 누리는 데 이어 광고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클리오 어워드 동상, 미국 광고협회의 애디 어워드 금상 등 내로라하는 광고계의 상을 휩쓸었다.

해외 활동을 할 당시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환경 광고 디자인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 광고는 그가 길을 가다가 연기가 나는 굴뚝이 마치 총을 쏘고 연기를 뿜어내는 권총 총신같이 보여서 즉흥적으로 찍어 합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전봇대에 감아 붙인 이라크 전쟁 반전 광고 포스터 역시 그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현재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에 실려 있기도 하다.

한편, 위와 같은 공로를 인정받은 이제석 소장은 미국의 최대 광고회사 JWT 뉴욕, BBDO 등 대형 광고회사에 스카우트됐지만 자신만의 광고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박차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후 현재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광고인들과 연계해 ‘이제석 광고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는 소장(대표)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석은 자신의 광고에 대해 “광고는 소통이고 대화”라며 “돈(수익)에 얽매이지 않고 멋진 광고, 좋은 광고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그는 “상업광고도 하고 있지만 아무리 바빠도 불우이웃 돕기, 헌혈 장려, 의식 개선, 용기와 희망을 북돋우는 등의 공익성 메시지가 담긴 광고에 70% 정도의 비중을 두고 있다”라며 “돈이 안 되는 일을 왜 하느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작업은 그 자체가 재미있고, 보람도 있습니다.”라는 말을 전한 바 있다.

현재 이제석 소장은 인권, 평화, 역사 등 국내외 공익 광고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