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 채무불이행 소송
“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연대보증 문장으로 피해입어
최근 ‘스태프 성폭행’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이 전 소속사에 34억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으로 알려져서 화제다. 이는 지난 6일 서울고법 민사6-1부(부장판사 김제욱·강경표·이경훈)가 강지환의 전 소속사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가 강지환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34억 8,300만 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앞서 1심은 지난해 11월 원고 패소로 판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당시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이 종료된 후라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며 전 소속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전 소속사의 요청으로 가압류됐던 부동산에 대해서도 그해 12월 가압류 결정 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전 소속사 측의 손을 들어주며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강지환은 지난 2019년 7월 9일 자신의 집에서 TV조선 드라마 ‘조선 생존기’ 스태프들과 회식하던 중 외주 스태프 1명을 강제추행하고 다른 외주 스태프 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피해자들과 극적 합의를 끌어내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사건 발생 5개월 만에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일로 인해 강지환은 방송 중이던 20부작 드라마에서 12부 만에 중도하차 했고, 나머지 8회분은 다른 배우가 대신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드라마 제작사는 “강지환의 범행으로 인해 출연 계약상 의무 이행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이미 지급된 출연료와 계약서상 위약금 등 총 63억 8,000여만 원을 반환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1심 재판부는 전체 금액 중 6억 1,000만 원에 대해서만 소속사의 책임이 있다고 봤으나, 항소심에서는 53억 8,000여만 원을 소속사가 강지환과 공동 부담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속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강지환을 상대로 42억 원의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적 다툼을 이어온 것이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강지환이 전 소속사에 약 35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날 2심 재판부는 “전속계약에서 강 씨 귀책 사유로 소속사가 제삼자에게 배상한 경우 강 씨 수입에서 그 비용을 우선 공제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에 비춰 젤리피쉬가 배상한 돈 전부를 강 씨가 부담해야 한다”라며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강 씨의) 범행은 사적 영역에서 강 씨의 행위로 발생했고 당시 소속사가 강 씨 주거지에서 야간에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조처할 의무까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강지환의 손해 배상 소송을 두고 1심과 2심의 판시에 차이가 난 것은 앞서 1심 재판부가 계약서의 “우리 소속 아티스트는 우리가 보증합니다”는 의미를 담아 일반적으로 삽입됐던 ‘연대보증’ 문구를 주목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즉, 연대보증 문구로 인해 공동 부담의 판결이 도출된 것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조선 생존기’ 출연 계약서에 ‘연대 약정 의무’가 명시된 만큼, A사와 강지환의 공동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업계에 따르면 전속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서상 표현에는 차이가 있지만 ‘소속 연예인은 품위를 유지할 책임이 있다.’, ‘매니지먼트사는 해당 연예인을 보호하고 돕는다’는 취지의 명시가 빠지지 않고 기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연대 보증 명시는 출연 계약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즉, 계약서에 연대 약정 의무 관련 문구가 삽입되는 건, “계약 기간 동안 우리 소속 연예인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걸 우리 회사가 보증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함께하겠습니다”는 뜻이다.
업계 전문가는 연대 보증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를 두고 “제작사, 광고주 입장에서는 비싼 캐스팅 비용, 제작비까지 쏟아부으며 만든 콘텐츠를 연예인 개인의 리스크로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될 수 있는 만큼 일종의 보험을 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회사 없이 개인으로만 계약을 체결하면 갑자기 잠적하거나, 사고가 났을 때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출연료가 적은 단역 배우들도 이왕이면 회사가 있는 배우를 쓰는 이유는 이런 돌발 상황에 대한 리스크를 막기 위해서”라고 부연했다.
다만, 이런 연대보증 문구로 인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에게 악용되는 사례가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연예인 개인의 논란에 소속사가 수억 원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피소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가운데 향후 연대 보증 조항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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