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이명희 총괄회장
이병철의 지시로 경영 뛰어들어
“명희가 남자였다면 그룹을 맡겨“
신세계그룹이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 인사를 단행하며 백화점과 이마트의 계열 분리를 공식화한 가운데 신세계백화점은 삼성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에 이어서 또 한 번 딸에게 승계되는 수순을 밟게 돼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30일 신세계그룹은 정기 인사에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며 그룹의 두 축인 이마트와 백화점의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마트를, 딸인 정유경 신임 회장이 백화점을 각각 끌어 나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당초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81) 아래 남매 경영을 해왔던 그룹 리더십에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해석한다. 즉, ‘한 지붕 남매 경영’을 끝내고 본격적인 분리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철 창업주의 막내딸인 이명희 총괄회장도 백화점을 삼성에서 물려받아 독립 경영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그룹이 3세 경영 시대에 또 한 번 둘로 나뉘어 승계가 이뤄지게 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에 뿌리를 둔 신세계 백화점이 대를 이어 딸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은 곧 계열 분리 작업을 준비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19년 신세계 측은 그룹을 두 부문으로 나눈 뒤 지분 정리 등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특히 계열 분리 작업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그룹 내부에서는 정유경 회장이 부회장을 건너뛰고 사장에서 곧바로 회장으로 승진한 데 대해 “어머니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것은 예상했지만, 회장 승진은 파격적”이라며 “백화점 사업 부문이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도 독자 생존·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쌓여 계열 분리를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유경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백화점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왔다. 정유경 신임 회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총괄회장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탓에 ‘리틀 이명희’라는 평가가 이어지기도 한다.
당초 이명희 총괄회장은 이화여대 생활미술과를 졸업하고 스물다섯이 되던 해에 서울 공대 출신의 삼호 방직 회장의 차남 정재은 씨와 결혼했다. 이후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과 정유경 회장 남매를 낳은 그는 12년간 전업주부로 살았다.
이명희 회장은 소위 말하는 ‘경단녀’였다. 경단녀란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뜻하는 말이다. 다만, 어느 날 아버지인 이병철 회장이 이병철 회장이 “백화점 사업부를 맡아서 운영해 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따르면 당시 이명희 회장은 경영에 자신이 없다며 이병철 회장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병철 회장 역시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는 여성도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는 끈질긴 설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불혹을 앞둔 시기인 1979년 영업 담당 이사로 신세계에 입사한 이명희 회장은 당시 삼성의 계열사로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신세계 백화점을 정상의 위치에 올려놨다.
지난 1991년 신세계백화점을 갖고 독립한 이명희 회장은 6년 뒤 공정거래법상 삼성그룹으로부터 완전히 계열분리에 성공하며 그룹의 면모를 갖춰나갔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성장을 바탕으로 굴지의 유통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이병철 회장은 생전 인터뷰를 통해 “명희가 남자였다면 삼성그룹을 맡겼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따르면 이병철은 평소 이명희를 두고 ‘경영자인 나의 장점과 배우자인 박두을 여사의 유연함을 닮았다’라는 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골프 모임은 물론 재계 인사들과 친목을 다지는 자리에 이명희를 대동하며, 매번 “나를 가장 많이 닮은 자식”이라는 공공연한 칭찬을 할 정도로 이명희 회장을 아낀 것으로 파악된다.
제일모직을 창업할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많고 다정다감한 성격인 이병철의 장점을 닮아 ‘리틀 이병철’이라고도 불렸던 이명희 회장은 세계 그룹이 삼성가에서 분리된 후에도 자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저력을 보여주며 그룹을 정상의 위치에 올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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