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제일제당 스팸 인증 제도
가입 식당 2,600여 개 수준
“재정비를 위해 신청 중단 상태”
지난 2021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스팸 덮밥’ 논쟁에 CJ제일제당은 당시 이런 논란에 CJ제일제당 측은 스팸 인증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익명의 사용자가 리뷰란을 통해 “스팸 덮밥을 시켰는데 스팸이 아닌 다른 햄(런천미트)으로 된 밥이 왔다”는 리뷰를 올리며 “해명해 달라, 왜 거짓으로 판매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한 것에서 시작됐다.
해당 글을 작성한 소비자는 가게를 통해 왜 음식의 이름을 거짓으로 표기하느냐고 따졌으나 음식점 주인은 “제가 살다 살다 이런 댓글은 또 처음”이라며 “스팸이란 단어는 요즘엔 브랜드명이 아니라 스팸 부류의 통조림을 다 스팸이라 부른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해당 가게의 주인은 “이건 거짓이 아니라 공통으로 통용되는 명사다”라며 “다마스나 포터 종류 차량을 봉고차로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손님에게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음식점 주인에게 황당한 답변을 받은 소비자는 이런 사실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게재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스팸과 런천미트 등 다른 햄은 엄연히 맛이 다르다”며 “소비자의 항의가 이해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에 일부는 “스팸이라고 하면 대일밴드, 포크레인처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통조림 햄 전체를 뜻하는 거 아니냐?”며 “음식점 사장이 이해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논란이 ‘스팸’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자, CJ제일제당은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스팸 인증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당시 CJ제일제당의 홍보팀은 “이슈가 지금에서야 됐지만 스팸 인증제는 내부적으로 논의를 계속하고 있었다”며 “과거에도 스팸이 들어있지 않은데 ‘스팸 부대찌개’와 같은 이름으로 음식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특히 CJ제일제당 측은 스팸 인증제를 도입하는 목적을 두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스팸’ 브랜드의 상표권과 브랜드 퀄리티를 지키기 위해서다. 홍보팀은 “상표권 침해도 문제지만, 소비자들께서 피해를 많이 보신다. 스팸이라는 이름으로 믿고 구매를 하셨는데 받아 보시고 스팸이 아니라면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라고 부연했다.
당초 스팸의 돼지고기 함량은 93~94%이며 여기에 소금이나 물이 들어가지만, 런천미트는 돼지고기 40.03%와 닭고기 30.02%로 이루어져 있어 햄 마니아들은 두 제품의 맛을 쉽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제품이다.
이와 비슷한 동원 ‘리챔’은 돼지고기 함유량이 약 91%이며 사조 ‘안심팜’은 약 80%로 제품의 맛과 특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스팸’ 이름을 광범위하게 사용했다간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어 업계에서 스팸이 2017년부터 시장점유율 50%를 넘어서며 독보적인 1위를 지켜오고 있다는 점에서 CJ제일제당 측은 스팸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발 빠르게 선 긋기에 나섰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스팸’을 사용하는 외식업체에 ‘스팸 인증마크’를 도입했다. 스팸 인증마크란 가공 햄을 ‘스팸’으로 통칭해, 타사 제품을 사용하고도 제품명에 스팸을 기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으며, 스팸 인증마크가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외식업체의 경쟁력 확대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차원의 취지다.
다만, 지난해 스팸 인증제를 도입한 지 2년여의 세월이 지났으나,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스팸 인증제에 가입한 식당 수는 2,600여 개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 중 800개 이상의 점포를 보유한 한솥도시락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해 사실상 스팸 인증제도의 도입이 무의미해진 것이다.
한솥도시락을 제외한 약 1,800개의 점포 중 스쿨푸드, 고피자 등 상대적으로 스팸 인증제 가입 필요성이 높고 협력이 수월한 프랜차이즈 업소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스팸과 런천미트를 둘러싼 논란이 단기 이슈로 끝나면서 소비자·식당의 관심도가 떨어진 데다 과도한 인증 요구가 소상공인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한편, 이런 상황에 지난해 CJ 제일제당 측은 스팸 인증제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소상공인에게 고가의 자사 제품 사용을 강요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CJ 제일제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운영 방식 개선 등 전반적인 재정비를 위해 신청을 임시 중단한 상태”라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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