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부모 카드도 증여”
부유층 자녀 무더기 적발
과세 당국의 자금 출처 조사
2024 세법 개정안이 발표된 가운데 세율과 공제 부분이 대폭 개정될 예정으로 알려지며 이목이 쏠린다. 당초 조부모나 부모 등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받았을 경우 부과되는 증여세는 성인의 경우 10년 동안 5,000만 원, 미성년자는 2,000만 원까지 증여세를 공제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를 초과할 경우 금액에 따라 최대 50%까지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이를 둘러싼 논의가 여러 차례 이뤄졌다.
증여세의 경우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생활비·교육비·병원비·축하금과 명절에 받는 용돈 등은 비과세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35조에 교육비, 생활비 등 ‘해당 용도에 직접 지출한 것’에 국한해 비과세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 중 ‘사회 통념상’이라는 대목을 유념해야 한다.
이는 사회 통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수천만 원의 용돈을 반복적으로 받거나 고가의 선물을 받았을 경우 사회 통념을 넘어 증여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9일 진행된 수사·사법기관 최고위직들의 인사청문회에서 단연 눈에 띈 건 이들의 ‘증여세 없는 증여’는 청문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가 ‘차용을 가장한 증여’ 논란에 휩싸이고,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가 자녀 이름으로 주식을 취득해 증여세 없이 양도소득세를 납부하는 등 전반적인 조세제도의 설계를 다시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어 최근에는 부모님의 카드로 고가의 명품을 구매했는데 증여세 폭탄을 맞았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2년 국세청은 증여세를 내지 않고 부모 재산을 쓴 부유층 자녀 227명을 무더기로 적발해 세무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를 받은 자녀의 연령대는 17~38세로 다양했으며, 당시 국세청은 부모 신용카드 사용액도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물린 것으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일부 가정에서는 성인 자녀의 생활비를 부모가 부담하고 자녀의 급여를 모두 저축해 부동산 취득 자금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증여세의 대상으로 판단한 것이다. 당초 소득이 있는 성인 자녀가 부모로부터 받은 생활비는 과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성인 자녀의 경우 자력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는 ‘곤궁한 상태’인 경우에만 부모에게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도 소득이 있는 성인 자녀는 부모의 피부양자로 보지 않기 때문에 ‘금수저형 엄카족’의 경우 증여세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다만, 국세청이 모든 ‘금수저형 엄카족’을 조사하는 것은 불가하다. 편법으로 자금 지원을 받는 이들을 모두 적발하기는 어려울뿐더러, 부동산 등 고가의 재산을 취득한 것이 아닌 조금씩 일정 금액을 사용하는 경우 이를 편법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고가의 재산을 취득했거나 부채를 상환할 경우 과세 당국의 자금 출처 조사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현행 세법에서 자산을 취득자의 직업·연령·소득 등을 고려해 자금 출처가 분명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국세청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취득했거나 부채를 상환한 경우 당사자의 직업·연령·소득·재산 등을 고려해 자금출처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부모님의 사망 이후 자녀가 재산을 상속받을 때 사전증여를 조사하거나, 과거 증여 의심 사례를 적발하는 등 전수 조사에 돌입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적발될 경우 증여세에 가산세까지 부담할 수 있어 유의가 필요하다.
한편, 2024년 세법 개정안 중 상속·증여세율은 상속·증여재산에서 공제를 차감한 후의 금액인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5단계 누진세율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억 원 이하는 10%, 2억 원 초과 5억 원 이하는 20%, 5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는 30%, 10억 원 초과는 40%로 25년 만에 개편될 예정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고세율에 속하는 30억 원 초과 50% 구간이 사라지며 세계 최고 수준에 속했던 상속·증여세 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