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조합·대책위 기자회견
사망 사인은 뇌심혈관질환
산재판정에 대한 노무사 의견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업계 강자 쿠팡의 배송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인 쿠팡로지틱스서비스(CLS·씨엘에스)에서 1톤 트럭 보유 기사인 쿠팡퀵플렉스로 근무하던 40대 노동자가 지난 달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화제다. 해당 사건을 두고 과로사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27일 전국택배노동조합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사건의 진위를 밝혔다. 대책위원회 측은 “지난 5월 28일 쿠팡씨엘에스 남양주 2캠프 굿로지스대리점에서 쿠팡퀵클렉스로 업무를 이어가던 정슬기(41) 씨가 근무한 지 14개월 만에 과로로 사망한 것이 드러났다”라고 주장했다.
택배노동자 조합과 대책위원회 측은 “정 씨의 사인은 심근경생의증·심실세동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정 씨의 사망원인으로 알려진 두 증상은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과로사의 대표 증상 가운데 하나로 불린다.
또한 정 씨의 경우 1톤 트럭을 보유한 특수고용직 배송 기사로서 건수당 배송 수수료를 받고 업무를 진행하는 쿠팡의 간접고용 노동자로 과도한 업무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정 씨와 쿠팡로지틱스서비스 측 담당자가 나눈 메신저 대화를 공개했다. 사진 내용에는 담당자가 정 씨에게 “OO님 6시 전에는 끝나실까요”라며 “XX님(동료) 어마어마하게 남았네요”라고 질문했다. 정 씨는 “최대한 하고 있어요.. 아파트라 빨리가 안되네요. 하고 갈게요”라고 대답했다.
정 씨의 대답에 해당 담당자는 “네 부탁드립니다. 달려주십시오”라고 빠른 진행 업무를 요구했다. 이에 정 씨는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며 열심히 업무를 진행 중이란 의사를 표출했다.
택배 조합과 대책위원회의 설명에 따르면 정 씨는 높은 업무 강도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위원회 측 주장을 종합하면 정 씨는 주 6일 근무를 했으며,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근무했다. 하루 10시간 30분 근무한 것이고, 일주일 근무시간을 산출할 경우 63시간 일한 것이다.
산재를 판단할 때 밤 10시부터 오전 6시에 근무한 심야 노동의 경우 노동시간을 30% 할증하기 때문에, 산재 기준상 정 씨가 근무한 노동시간은 1주 기준 77시간 24분에 달한다. 이에 대해 대책위원회는 산재 인정 과로사 기준인 주 60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였기 때문에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한다.
또한 대책위는 정 씨의 노동강도가 최근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가혹한 노동 강도를 보였다”라며 “하루 평균 물량은 250개였으며, 운명을 달리하기 전 50일간은 물량이 340개로 급증했다”라고 주장했다. 더하여 그들은 ‘로켓배송’ 시스템 탓에 캠프로 하루에 3번가량 이동하며 물량을 실어야해서 배송지와 캠프까지 하루 최소 10km를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정 씨의 사망 원인으로 꼽힌 뇌심혈관질환은 대표적인 사망 산재로 꼽힌다. 하지만 법조계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근무시간에 일을 하다가 해당 질환이 발병하더라도 모두 산재 처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 노동법률사무소에 근무하는 노무사에 따르면 “뇌심혈관질환은 의학적으로 봤을 때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과 같은 기초 질병이 서서히 진행되거나 악화하는 자연 경과적 변화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며 “이러한 질환 특성상 근무 시간에 질환이 발생해도 모두 산재 처리가 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노무사는 “하지만 점점 고도화·다각화하는 현대 산업구조의 흐름이 다양한 뇌심혈관질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라며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현황 분석에서 뇌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업무상 질환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하면서 이러한 환경에 노출되는 근로자들에게 면밀한 산재 판정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의견을 내었다. 해마다 택배 기사들의 과도한 업무에 따른 사망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적절한 판단과 규정을 정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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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는원래피곤합니다....어쩔수없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