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시 길안면과 풍천면 일대로 확산하면서 25일 오후 안동시 전역에 시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안동시는 이날 오후 5시 “관내 산불이 시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으니 전 시민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안내했다. 5분 뒤에도 같은 내용의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산불은 지난 22일 의성군 안평면에서 시작돼 강풍을 타고 북동쪽으로 20km 이상 떨어진 안동 길안면까지 번졌으며, 하회마을까지는 직선거리로 10km 정도 남았다. 현재 진화율은 25일 3시 기준 62%이며, 산불 영향 구역은 약 1만 4501ha로 집계돼 2000년 동해안 산불, 2022년 울진·삼척 산불에 이어 역대 3번째 규모다.

대피 명령에도 일부 주민들은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길안면 백자리에서 만난 한 60대 주민은 “이걸 두고 어찌 가느냐, 내 인생이 걸린 건데” 라며 집을 지키고 있었다. 해당 주민은 자가 설치한 스프링클러 10여 개를 밤새 가동하며 불길에 대비했다. 그는 “정말 불이 붙으면 그때는 도망가야 한다.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지만, 불에 타더라도 내 눈으로 보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들은 이미 두 차례 대피를 겪었다. 23일 밤 마을회관과 학교로 대피했다가 다시 귀가했지만, 또다시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산불로 인해 현재까지 2816명이 대피했으며, 주택 26채를 포함한 건물 101곳이 피해를 입었다. 인명 피해는 크지 않지만, 40대 진화대원 1명이 구토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다. 안동 풍천면에는 세계유산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이 위치해 있으며, 길안면 묵계리에 있는 조선시대 누각 만휴정에도 방수 작업이 진행됐다. 한편, 경북 의성군 단사면 고운사에도 대피령이 내려져 스님들이 대피했고, 산불 진화 지원에 나섰던 경남 창녕군 소속 공무원 등 4명이 산청군 산불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을 기리는 합동분향소에는 많은 조문객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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