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취업난 심화
간호대학 입학 정원 매년 증가
“양적인 확대보다 질적인 개선 우선“

최근 대형 병원에서 심화하는 의정 갈등에 의사 구인난을 겪고 있지만, 반대로 의정 갈등으로 인해 취업난을 겪고 있는 직종도 존재한다. 바로 간호사들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공의 이탈로 수술과 입원 건수가 급감했고, 대학병원 등의 대형 병원에서도 비상 경영 체계에 돌입하면서 연쇄적인 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실제 지난해에 신규 간호사를 채용하겠다고 밝힌 대학 병원은 상반기에 중앙대, 하반기에 원광대뿐이었다. 그동안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이 거의 매년 세 자릿수 규모의 신규 간호사를 채용한 사실을 생각하면 상당히 적은 수다.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려대구로·안암병원, 건국대 병원, 이화여대목동병원 등 수도권에 위치한 8개 상급종합병원은 지난해 11월이 되어서야 신규 간호사 채용을 시작했다.

당시 대형 병원은 그나마 근무 중인 기존 간호사들조차도 무급 휴직을 보내야 할 만큼 경영난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형인 병원도 다수 존재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7월 상급 종합병원 18곳이 간호사 최종 면접을 보도록 하겠다던 정부의 계획도 무산됐다.
대학병원 취업에 성공한 간호사들의 경우도 입사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수개월에 그쳤던 입사 대기 기간은 최근 무한정으로 길어졌다. 서울 아산병원은 올해 채용 공고에서 ‘최종 합격 발표일로부터 2년까지 발령 대기가 발생할 수 있으며, 병원의 필요에 따라 1년의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가 전국 상급종합병원 4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호사 채용 실태 조사 결과, 지난 2023년 상급종합병원에 채용됐지만 발령받지 못한 채 대기 중인 신규 간호사는 63%에 달했다.
이렇게 계속해서 취업이 미루어지는 경우, 간호사의 취업난이 가중될 가능성이 커진다. 간호대학 입학 정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간호사 채용 규모는 코로나19 이후 점차 둔화하면서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간호사 수를 견인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증가 폭이 과거 대비 급격히 줄어들었다.

간호대 입학 정원 수는 2021년 2만 1,443명에서 2022년 2만 2,030명, 2023년 2만 2,860명, 2024년 2만 3,560명, 2025년 2만 4,560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원 외를 포함하면 2025년에는 3만 명을 넘어선다. 최근 5년 새 입학 정원이 3,117명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6일 대한간호협회(간협)가 작성한 ‘전국 간호대학 입학정원 및 요양기관 활동 간호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요양병원을 제외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는 2021년 전년 대비 1만 5,305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의정 갈등이 시작된 2024년에는 2021년보다 4,574명 감소해 1만 731명이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3년 사이 30% 가까이 감소한 셈이다.

근무자 수뿐만 아니라 간호대 졸업생 취업률도 급격히 줄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간호대 졸업생 취업률은 약 34%이다. 이는 80%였던 전년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간호계는 이러한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채용 시스템과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간협에서는 현재 간호대학의 무리한 증원에 대해서 꼬집기도 했다. 간협은 “실습 환경이나 교수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증원은 역량이 부족한 인력을 배출할 위험이 있다”라며 “이는 환자의 안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양적 확대보다 질적 개선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라고 해마다 늘어나는 간호대 입학생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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