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종고속도로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
지난해 하자 판정 건수 1위
현대건설 주가 약 4% 하락

25일 오전 10시경 경기 안성시 서운면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교각 위 구조물이 붕괴했다. 해당 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서울세종고속도로 세종∼안성 구간 9공구 건설 현장이다.
해당 현장에서는 천안∼안성 구간을 연결하는 천룡천교 교각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날 크레인을 이용해 상판을 연결하던 중 52m 정도 높이에서 상판 구간 약 210m가 무너져 내리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이날 사고 직후 국가 소방동원령을 발령해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진행했으나, 콘크리트 상판이었던 상판 구조물 탓에 인명 구조에 난항을 겪었다. 오후 2시 21분경 마지막으로 매몰자 1명을 구조했으나, 이미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현장 작업자 4명이 숨졌고, 부상을 당한 6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상자 중 5명은 중상자로 분류됐다. 이들 중에는 외국 국적도 포함되어 있는데 사망자 2명, 중상자 1명이 외국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경만 안성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크레인의 일종인 런처라는 장비로 교각 상판 거치 작업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세종에서 포천으로 올라가는 상행선은 설치를 마친 상태에서 나머지 하행선을 설치하기 위해 런처를 옮기는 중이었던 듯하다”라고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위에서 모두 10명이 작업 중이었고, 현장을 목격한 (공사) 관계자는 없었다”라고 사고 당시 상황에 관해 덧붙였다.

해당 붕괴 사고의 시공사는 시공능력평가 2위를 기록한 ‘현대건설’의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으로 밝혀졌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5일 고속도로 붕괴 사고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문을 게시했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26일 낸 공식 입장문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가 발생했다”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미 지난해부터 공사와 관련한 문제로 논란이 존재했다. 지난해 5월에 이미 부실 공사와 관련해 입장문을 작성한 바 있다.
이 사과문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은 전남 무안군 ‘오룡 힐스테이트’에서 지난해 4월 하자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내놓은 것이었다. 당시 아파트 사전 점검을 진행한 예비 입주자들은 건물 외벽이 휘어있는 등 총 830세대의 아파트에서 하자 5만 8,000건을 발견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온라인에서는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를 ‘휜스테이트’라고 부르는 등의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진행한 후 준공 허가를 받았다.

당시 현대엔지니어링의 대표였던 홍현성 전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당사가 시공한 아파트 단지의 품질과 관련해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깊은 사과 말씀을 드린다”라며 “입주 예정자분들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도록 품질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현대엔지니어링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4년 3~8월 기준 아파트·오피스텔 하자 건수 상위 20개 건설사’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의 불명예를 얻었다. 하자심사분쟁조정위에서 하자로 판정한 건수를 분석한 결과, 공급한 2,343가구에서 118건의 하자가 발생하며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하자를 기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조 2,401억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내는 등 최근 경영 상황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한국기업평가가 이 회사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일어난 이번 공사 현장 사고로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이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하락하면서 향후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만큼 최악의 경우에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모회사 현대건설 주가도 영향을 받으며 올해 들어 장중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대건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00원(3.68%) 하락한 3만 4,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장중 최저가는 3만 3,050원(-2,250원)까지 떨어진 후 일부 하락 폭을 만회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붕괴한 구간만 재시공이 필요하다면 추가 비용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향후 주가 흐름은 조사 결과와 행정 처분 여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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