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2년 6개월 실형
”철거 관련 내부 논의 들어가“
여전히 단체 관광 이어져
앞서 음주 운전 뺑소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김호중(32)이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김호중 소리길’ 철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13일 김천시는 김호중의 실형 선고에 소리길 철거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천시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라며 “최종 결과가 나왔으니, 내부적으로 방향을 정해야 할 것 같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라고 전했다.
당초 ‘김호중 소리길’은 김천시가 지난 2021년 2억 원을 투입해 김호중이 졸업한 김천예술고등학교에서부터 연화지까지의 골목에 조성한 관광 특화 거리로 알려졌다. 특히 김호중 팬카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꾸며졌으며 조형물, 벽화 거리, 포토존 등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김호중 음주 운전 뺑소니 사고 후에도 팬들의 방문이 이어지며 그동안 김천시는 빗발치는 철거 민원에도 재판 결과를 지켜본 후 결정할 것이라는 신중한 견해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김천예술고등학교 출신인 김호중을 기념해 만든 쉼터 ‘트바로티 집’은 지역 내 명소로 꼽혔지만 사건 발생 후 현판을 철거 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반해 중립을 지켜오며 철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던 김천시의 결정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11일 김호중의 실형 선고 전 찾은 김호중 소리길은 그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골목길 곳곳에는 팬들이 적은 응원 문구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곳을 찾은 김지아(28) 씨는 “최근 열린 김천 김밥축제에 들렀다가 인근에 ‘김호중 소리길’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라며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사람의 이름을 내건 길을 없애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김호중 소리길 인근의 상인 역시 “여전히 김 씨의 팬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로 찾는다”라고 밝혔다. 다만, 김호중의 실형 선고에 따라 철거 논의는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실제로 김천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김호중 소리길을 철거하라는 시민 민원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민원인은 자유게시판을 통해 “김천시가 내세울 게 음주 운전 뺑소니 김 호 중소리길 밖에 없느냐”라며 “김천에 유명인이 없어 저런 범죄자라도 끝까지 옹호하고 얼굴마담으로 내세워야겠다고 생각하는 건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천시는 “현재로서는 김호중 소리길을 철거할 계획은 없다. 여전히 김호중 소리길을 찾는 관광객도 많으므로 철거 여부는 장기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이날 김호중의 실형 선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내부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특정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를 받는 김호중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사고 은폐를 위해 매니저 장 모 씨에게 대리 자수를 지시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소속사 이 모 대표와 전 모 본 부장은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개월을, 매니저 장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김호중은 음주 운전을 하다 피해자가 운전하던 택시를 충격해 인적·물적 손해를 발생시켰음에도 무책임하게 도주했다”며 “나아가 이 대표, 전 본부장과 공모해 매니저로, 하여금 허위로 자수하게 함으로써 초동 수사에 혼선을 초래하고 경찰 수사력도 상당히 낭비됐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또한, 재판부는 “전 본부장, 장 씨에게 전화해 자신이 있는 위치로 와서 사고 처리를 해달라고 부탁하거나 막내 매니저에게까지 부탁하는 등 타인에게 자신이 지른 범행을 대신 수습해 주기만을 종용했다”며 “장 씨가 자수하러 갈 때 김호중은 모텔로 도주해 수사에 대비한 허구의 통화 내용을 남기고 모텔 입실 전 맥주를 구매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김호중을 향해 “전반적인 태도에 비추어 성인으로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을 가졌는지 의문”이라며 “폐쇄회로(CC)TV에 음주 영향으로 비틀거리는 게 보이는 데도 납득이 어려운 변명을 하며 부인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고 밝혔다.
선고 내내 두 손을 모으고 얼굴을 숙인 채 아래를 바라보고 있던 김호중은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자 작은 한숨을 내뱉기도 했다. 그러나 김호중이 음주 사실을 시인했음에도 음주 운전 혐의는 제외됐다는 점에서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당시 검찰은 “당시 김 씨가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술을 마신 점을 고려했을 때 역추산 계산만으로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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