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형 실버타운 논란
입주자들 “방치되고 있다”
정부 정책 다시 도입해
비싼 돈을 내고 편안한 노후를 위해 입주한 실버타운이 관리가 되지 않고 사실상 방치됐다며 입주자들이 반발에 나섰다. 해당 실버타운은 경영난 때문에 운영업체가 중간에 변경되면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의 한 실버타운 입주자들은 운영업체의 방치를 지적하며 거리로 나섰다. 실버타운 입주자대표회의 한 관계자는 “노인 편의시설인 식당부터 사우나실, 응급실 등이 운영되지 않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했다.
해당 실버타운의 입주자들은 평당 3,000만 원이 넘는 상당한 수준의 분양가를 내고 입주했는데, 타운 내 시설들이 사실상 버려져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실버타운의 내부는 폐허 수준이었다.
SBS의 보도에 따르면 실버타운 건물은 벽지와 칠이 모두 벗겨져 있고, 곳곳에서 물이 새는 등 사람이 거주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일부 천장은 무너져 내렸으며, 샹들리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의무실이라고 작성된 간판만이 이곳이 실버타운임을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근력이 감소하는 노인들을 위해 설치된 수중 운동시설 또한 방치되면서 입주민들이 과거에 활발하게 이용했던 수영장의 물은 다 빠져있었다. 운동 기구 역시 관리받지 못해 낡아가는 상황이다.
5,000평에 달하는 대형 노인복지시설이 방치된 건 8년째라고 한다. 지난 2008년 초호화 실버타운을 표방해 분양한 해당 실버타운은 ‘시설 이용 평생 연회비’만 약 160억 원을 넘게 받았다. 하지만 경영난으로 운영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시설이 방치되면서 입주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됐다.
이에 대해 실버타운 입주자 A 씨는 “‘상위 1% 시니어’들만 모신다고 해서 그 당시에 엄청 많이 몰려왔다”고 설명하며 “완전히 하와이 리조트에 온 것처럼 살았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천국이었는데, 지금은 무슨 지옥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토로했다.
실버타운 방치는 정부가 과거 노인복지시설 건설을 유도하면서 정작 운영과 관련된 관리·감독 규정은 만들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라며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지희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운영 주체가 확실하게 있으면 괜찮다”라면서도 “근데 분양형 같은 경우는 건설하고 분양한 업체가 빠져버리면 애매한 상황이 된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제대로 된 운영을 할 수 있는 운영업체가 사실 너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지난 2015년 폐지됐던 ‘분양형 실버타운’을 다시 추진 중이다. 지난 7월 정부는 시니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전국 89개 인구 감소 지역의 분양형 실버타운을 허용하기로 하고, 시니어 레지던스 조성을 위한 건설 자금에 주택도시기금 공공지원 민간임대 융자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자취를 감췄던 분양형 실버타운이 다시금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문가들은 실버타운 규제 완화도 좋지만 우선 입주자들의 자산을 지킬 안전한 관리 시스템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가운데 최근 서울 송파구 소재의 한 실버타운이 입주를 앞두고 있어 화제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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