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법인 번호 개통
요금 내면 수백 개도 가능해
주식 리딩방 등에 사용돼
한 법인에 일부 알뜰폰 사업자들이 한 번에 수백 개에 달하는 번호를 개통해 주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개통된 번호가 카카오톡 오픈채팅, 텔레그램 등에서 불법 채팅방을 운영하는 데 악용돼 논란이 불거졌다.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알뜰폰을 통해 법인은 한 번에 수백 개에 달하는 번호 개통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법인은 최대 몇 개 회선을 개통할 수 있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알뜰폰 A 사업자는 “개통 가능 회선은 협의 후 가능하다”라고 대답했다. 즉 협의를 통하면 다수의 번호 개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취재에 따르면 알뜰폰 A 사업자는 한 법인에 수백 개 번호를 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인은 개통된 다수의 번호로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계정을 만들어 판매해 수익을 올렸다.
특히 이렇게 판매된 번호는 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거나, 높은 보안을 자랑하는 텔레그램에서 비밀스러운 거래를 할 때 사용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법인이 개통할 수 있는 회선을 180일에 최대 4개로 제한하여 규제하고 있지만, 통신사업자의 판단에 따라 더 늘릴 수 있어 논란되고 있다.
기존 통신 사업자들은 법인이 회선 개통을 요구할 때 신용평가기관을 통해 기업을 평가하며 미납 이력 등 정보를 종합하여 법인마다 개통할 수 있는 회선을 차등적으로 나누어 관리한다. 알뜰폰 사업자 역시 법인의 이력을 평가해야 하지만, 요금을 미리 납부하거나 보증보험증권을 끊으면 수백 개의 번호를 개통해 주는 상황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법인이 만들 수 있는 회선 수의 상한선을 규정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전력과 같은 공기업에서는 하루에 수천 개에 달하는 회선을 개통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각 통신사의 자율에 맡겨 회선 수를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 관계자는 “A 알뜰폰 사업자가 어떤 이유로 법인에 많은 번호를 발급·개통했는지 알기 어렵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올해 7월부터 다회선 가입 제한 기준을 강화하면서 대량 번호 개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조건을 성립하는 법인의 경우 최대한 많은 번호를 발급해 주는 실정이다.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개통된 번호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비롯해 텔레그램을 통한 주식 리딩방 사기가 치솟고 있다. 주식 및 가상자산 등 금융 정보를 공유하는 주식 리딩방은 범죄로 악용되어 피해자와 피해액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기존 리딩방 사기는 피해자들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에 그쳤지만, 최근 사건의 피의자들은 적극적으로 투자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범행을 벌였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식 투자 리딩방 사기는 범죄 수법이 계속 진화하고 있으니, 제도권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또한 최근 주식 리딩방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전문가들은 주식에 투자하기에 앞서 상당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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