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신흥 재벌 그룹
쌍용중공업 → STX
오너의 방만 경영 탓
한때 조선 호황기에 등장해 창립 10년 만에 재계 12위에 올라설 정도로 대단한 위상을 자랑했으나, 성장세보다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몰락해 버린 기업이 있다. 조선 사업으로 흥하고 조선 사업으로 망했다는 STX 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당초 STX그룹은 조선·해운업의 대호황으로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갔으나 잇따른 조선·해운업 불황과 함께 가파른 속도로 무너지며 결국 지난 2014년 해체 수순을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재계 12위에 올랐던 기업이 한순간에 몰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STX그룹의 창업주인 강덕수 회장은 1973년 쌍용양회에 입사해 쌍용중공업의 재무회계 책임자(CFO)까지 올라갔던 쌍용맨으로 알려졌다. 쌍용그룹 역시 당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기업으로 여겨졌으나 IMF 이후 쌍용중공업의 운영이 어려워졌다.
이에 강덕수 창업주는 돈을 끌어모아 2001년 경영권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덕수 회장은 쌍용중공업의 인수 이후 사명을 STX로 변경하고 조선업을 영위하던 대동조선과 해운산업의 범양상선을 인수했다.
이는 선박 엔진을 생산하던 기존의 사업에서 조선업과 해운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었다. 이어 열병합발전소인 산단 에너지, 조선기자재를 생산하는 ENPACO, 항법장치 제조업체 STX 레이더스 등을 인수 또는 설립해 몸집을 불려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4년 중국의 철광석 순 수입국 전환과 함께 국내 조선·해운업이 호황기에 들어서며 STX의 성장은 시작됐다. 앞서 수직계열화 구조를 만들어놓은 STX는 당시 가장 큰 수혜를 입어 건조 능력 14척, 매출 4,000억대의 기업이 5년 만에 건조 능력 47척, 매출 1조 6,000억 대의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기업의 성장에 힘입어 강덕수 회장은 중국에 3조 원을 투자해 초대형 조선소인 STX 다롄 조선을 설립해 해외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창립 10주년이 된 지난 2011년 STX그룹은 연매출액 18조 원을 달성하고 임직원 6만 명을 이끄는 재계 12위의 그룹으로 성장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줬다.
당시 STX의 조선 사업이 세계 4위 수준이었던 점을 미루어보아 10년 만에 전 세계를 장악하는 기술력과 경영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인수한 기업을 빠르게 정상화해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재계의 이목이 쏠리며 신흥 재벌그룹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STX는 조선업의 불황과 함께 몰락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규모를 빠르게 성장시킨 STX는 내부적으로 심각한 위험을 떠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를 좋아했던 창업주의 경영을 따라가며 빚을 지기 시작했고, 각 계열사의 부실 경영 역시 STX의 몰락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지난 2008년 발생한 리먼 브러더스 사태의 여파로 세계 경제가 침체하자 조선·해운업이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는 해외 사업으로 눈길을 돌린 강덕수 회장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다롄조선소가 결국 경제 불황기의 영향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무너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재계에서는 강덕수 회장의 ‘재벌 놀이’ 역시 문제가 됐다고 꼽았다. 당시 강덕수 회장이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적극 참여하고, 자녀들을 기존 재벌가와 혼인시키려 애쓰는 등 외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그를 두고 “방만하게 경영하고 있다. 신흥 재벌이 아닌 졸부 수준이다”와 같은 평가가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STX는 조선업의 불황과 더불어 오너의 방만 경영으로 인해 몰락하게 됐다. 2014년 해체의 길로 들어선 STX그룹의 계열사들은 대부분 자본 잠식 상태거나 부채비율이 매우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STX조선해양의 경우 자기자본 마이너스 1조 9,000억 원에 부채 7조 원 수준, STX는 자본 500억 원에 부채 1조 1,800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무려 2,342%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룹이 뿔뿔이 해체된 STX그룹은 계열사였던 STX 전력, 에너지, 솔라 등은 GS그룹에, STX팬오션은 하림그룹 등에 인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그룹의 몰락과 동시에 회장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진 강덕수 전 회장은 2,843억 원의 배임, 557억 원의 횡령, 2조 원대의 분식회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 형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강덕수 전 회장은 최근까지도 옛 STX그룹 임원들과 연을 이으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사업적인 재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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