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로의 옛 서울의료원 부지
개발 계획 여러 차례 변경돼
토지 2조 육박해 매각 쉽지 않아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114길 13에 위치한 총면적 3만 1,543㎡(약 9,542평) 규모의 옛 서울의료원 부지 개발이 수년째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땅은 강남의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받지만, 현재 건설 기자재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데에는 여러 차례 개발 계획이 무산되거나 변경되면서 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몇 년간 여러 차례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해 왔다. 서울시는 2016년 해당 용지를 매각하기 위한 입찰을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 감정가가 1조 원에 달하는 탓에 입찰에 응한 곳이 없었다.

부지 매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결국 공공개발 논의가 오가기도 했다. 서울시는 옛 서울의료원 부지를 상업지구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 들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공공주택 조성으로 노선을 틀었다. 2020년에는 3,000가구 규모의 주택공급 후보지로 발표됐다. 당시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주택 공급 필요성이 제기되자 핵심 후보지로 선정된 것이다.
그러나 해당 개발 계획은 강남구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2021년 정순균 전 강남구청장은 “강남구는 공동주택 대안을 제시하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서울시는 일절 응하지 않았다”라며 “(공동주택 건설은) 국제 교류 복합 지구 지구단위계획 취지나 강남의 미래 발전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후 취임한 조성명 강남구청장 또한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취임 후 “상업지구로 조성되는 것이 낫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결국 서울시는 이후 관련 공공주택 건립 대신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마이스(MICE) 산업단지 조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자 유치 등을 통해 강남 일대의 비즈니스 중심지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소유권도 분산돼 있다. 서울시는 2021년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와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를 맞교환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소유권을 확보한 후 서울시가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 1만 1,368㎡(약 3,440평)를 LH의 송현동 부지와 맞교환한 것이다. 이로써 서울의료원 북측 부지는 서울시가, 남측 부지는 LH가 각각 소유하고 있다.

이 같은 복잡한 상황이 겹치면서 현재 서울 의료원 부지는 영동대로 지하화 등 강남 개발을 위한 기자재 창고로 쓰이고 있다. 공시가격 2조 원이 넘는 땅을 야적지 수준으로 활용하는 상황인 셈이다.
한편, 13일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옛 서울의료원 부지 사업계획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는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로에 위치한 서울의료원 부지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 종료가 임박했다. 용역 투입 금액은 4억 9,000만 원으로 기간 종료 기한은 오는 6월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마이스 산업 활성화 목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기본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다”라며 “종합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해 발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토지의 공공 보유 방식인 민자유치 등을 포함해 사업 방식과 사업 주체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는 민간이 서울시 토지를 임대하고 일정 기간 운영을 통해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그러나 건설경기 악화와 높은 매각 대금 등으로 인해 속도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관계자는 “건설업 악화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이 여전히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서울의료원 부지는 지난해 기준 공시가격이 1㎡ 당 3,000만 원을 넘어 토지 매입 대금만 2조 원을 넘는 만큼 리츠 등에 매각도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다만 리츠(REITs)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리츠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된다면 서울시는 배당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주주로서 서울 시민을 위한 개발의 밑그림을 짜는 데 주도권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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