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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계약서 썼는데…효력 없다는 법원, 이유는?

윤미진 기자 조회수  

사안마다 판단 달라져
계약 내용 구체성 갖춰야
사인, 도장 날인 필요

출처 : 셔터스톡
출처 : 셔터스톡

몇 년 전, 배우 A 씨가 조부로부터 효도를 조건으로 집과 땅 등의 재산을 증여받았다. 그러나 재산을 증여해 준 조부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A 씨에게 소송을 제기하며 ‘효도 사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해당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효도를 조건으로 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효도계약서’ 작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효도계약서는 부모가 생전에 자녀에게 매년 5회 이상 부모 집 방문, 입원비 지급 등 효도를 조건으로 재산을 물려줄 때 작성하는 계약서의 일종이다.

출처 : 뉴스 1
출처 : 뉴스 1

원래 민법에 있는 ‘조건부 증여’를 근거로 하는 양식이다. 조건부 증여는 본래 한번 증여가 완료된 재산은 되돌릴 수 없으나, 예외적으로 증여받는 사람이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그러나 효도계약서를 작성한다고 해서 모두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효도 계약으로 법적 분쟁을 한 사건 중에서도 효도 계약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패소한 사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계약서를 작성하면 좋을까.

출처 : 뉴스 1
출처 : 뉴스 1

우선 법적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표현을 지양해야 한다. 효도계약서에서 ‘증여의 조건’이 되는 것은 결국 효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명시가 필요하다. 실제 2015년 아들 B에게 건물 지분과 아파트 등 부동산을 증여한 모친이 B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소송을 걸었다가 ‘부모를 물질적·정신적으로 안락하게 여생을 즐길 수 있게 섬세한 부분까지 챙기고 온갖 배려를 다 한다’라는 조건 때문에 패소했다.

이는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하되 일정한 부담을 지우는 ‘부담부 증여’의 성격을 가진 효도계약서의 성격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법원에서는 이 때문에 상대가 해야 하는 급부(부담)로서의 요건인 적법성, 가능성, 확실성을 갖추지 못했기에 부담부 증여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출처 : 뉴스 1
출처 : 뉴스 1

또한, 계약 날짜와 계약 당사자들의 이름, 사인이나 도장 날인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좀 더 확실하게 하고 싶다면 공증을 받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효도계약서는 증여를 전제로 하므로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의 가액을 넘어선 요구를 할 수는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실제 지난해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효도계약서’상 심부름 이행 의무를 지키지 않은 손자들을 상대로 증여 재산 회수를 요구한 할아버지와 손자 간 소송전에서 법원이 손자들 손을 들어줬다.

손자 측에서 효도계약서 작성 일자와 등기 원인의 증여 일자가 다른 점, 효도계약서에 친권자 서명·날인이 없는 점 등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점 등을 적극적으로 증명해 승소를 끌어냈다.

출처 : KBS 뉴스
출처 : KBS 뉴스

다만 효도계약서를 위와 같이 작성하였다고 해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효도계약서는 자식에게 법률상 의무를 부과한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효력이 있을 수 있으나, 그 본질상 채권(債權)계약에 불과하여 조건 불이행 시 재산 반환과 관련된 걸림돌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법상 증여받은 사람이 증여한 사람에게 범죄행위를 하거나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를 해제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증여를 해제하려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때로부터 6개월 안에 해야 하고, 해제하더라도 이미 증여한 재산은 소급 적용을 받지 않아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특히 효도계약서는 소유권이 완전히 자녀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이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증여 무효 확인 소송 등 별도의 민사소송이 필요하다.

한 전문가는 효도 계약서에 대해 “효를 계약서로 정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물려줄 재산이 많거나 생계 곤란 등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앞선다면 쓸 수 있다”라며 “유언대용신탁과 같은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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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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