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측 “관계자 아냐”…. 현장 진입 막혀
日 롯데 해임 후 ‘프로젝트 L’로 경영 복귀 시도
법원 “경영 부적격” 판단…형제 갈등 여진 지속

2015년 12월 1일,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평생 염원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을 찾았다. 함께 온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롯데물산 관계자들에게 출입을 거부당했다. 롯데물산은 “그룹 관계자가 아니라서 총괄회장과 업무보고를 받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신동주 측은 “이건 총괄회장을 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롯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갈등이 공식화된 순간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신동주는 일본 롯데 각 사에서 해임된 후 경영 복귀를 위해 2015년 9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프로젝트 L’이란 계약을 맺었다. 신동주의 개인회사 SDJ코퍼레이션이 체결한 이 자문 계약에는 롯데면세점 특허 취득 방해, 호텔롯데 상장 무산, 롯데그룹 수사 유도, 일본 국적 프레임 구축, 신동빈 구속 수사, 각종 소송 제기 등이 담겨 있었다.
2017년 7월 감사원은 2015년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받아야 했던 특허권이 관세청 점수 조작으로 다른 기업에 넘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직원 1,3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특히 신동주가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아버지 회사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유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충격을 더했다.

2018년 3월 29일, 일본 도쿄지방법원은 신동주의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신동주가 추진한 ‘풀리카 사업’ 과정에서 무단 촬영, 직원 이메일 무단 열람 등 비윤리적 행위가 반복됐다고 결론지었다. “준법 의식이 현저히 결여됐다”라는 판결과 함께, 2022년 4월에는 추가 판결로 신동주에게 약 4억 8,000만 엔(약 47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명령하기도 했다.
결국 롯데그룹의 경영권은 신동빈 회장이 장악하게 됐다. 2017년 신격호 총괄회장이 완공된 롯데월드타워를 다시 찾았을 때, 신동빈 회장이 단독으로 동행하며 사실상의 경영 승계를 마무리 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신동주를 둘러싼 논란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싱가포르에 법인 3곳을 설립해 활동을 이어갔고, 2024년 10월까지도 일본 현지 언론을 통해 동생의 경영 방식에 비판적 견해를 밝혀왔다. 특히 그는 2년째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이는 민유성 전 행장 재판의 증인 출석을 미루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롯데그룹은 현재 3세 경영 승계와 유동성 위기라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맡아 신사업을 이끄는 신동빈 회장의 아들 신유열(1986년생)이 중심이다. 2024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신유열은 일본 국적(시게미츠 사토시)이지만, 만 38세가 되어 병역 의무가 해소됨에 따라 한국 국적 취득이 예상된다. 현재까지 그의 롯데지주 지분은 0.02%에 불과하며, 롯데지주는 “아직 승계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동시에 기업은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2022년 말 건설 계열사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약 1조 원을 투입했고, 이후 비핵심 자산 매각에 착수했다. 롯데렌탈 지분을 1조 6,000억 원에 매각했고, 호텔롯데도 일부 자산을 정리 중이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라고 밝히며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한 형제 갈등을 넘어, 세대교체를 본격화하는 롯데그룹의 다음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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