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성균관대·고려대 합병
고대 100주년 기부금 550억 쾌척
학생들의 반대 시위로 인해 무산

한때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키겠습니다“라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87년 부친인 호암 이병철 창업 회장의 별세 이후 진행된 취임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실제로 이후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대한민국 산업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건희 회장이 꿈꿨던 ‘초일류 기업 삼성’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된 것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초일류 기업’에 이어 ‘초일류 대학’을 꿈꿨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의 꿈은 실현되지 못한 채 무산됐다. 고려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의 재단 통합을 추진했던 이건희 회장이 초일류 대학 설립에 실패한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경제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생전 고려대와 성균관대 재단을 합병해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려대 총장을 지냈던 어윤대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세계 최고의 사학을 만들자는 이 회장의 제안에 따라 총장 재직 시절 재단 합병 프로젝트를 2년간 준비했다”라고 밝힌 것이다.
당시 고려대 100주년을 앞두고 이건희 회장은 고려대학교에 기부금 550억 원을 쾌척하면서 재단의 통합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어윤대 교수는 “당시 고려대 100주년을 앞두고 이 회장이 기부금 550억 원을 쾌척하면서 ‘이왕 일을 벌일 것이라면 세계 일류 대학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 회장은 국내 경쟁을 넘어 세계적인 초일류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의 의지에 따라 두 대학의 재단 통합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고려대를 운영 중인 고려중앙학원과 성균관대를 운영 중인 삼성 재단을 합쳐 재단한 곳이 두 대학을 모두 맡는 방안이었다.
즉, 10개 대학을 통합 운영하는 미국의 캘리포니아대(UC) 재단과 같은 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하자는 것이 골자였다. 여기서 UC 재단이 사용 중인 시스템은 700개가 넘는 캘리포니아주 대학 중에서 동부 8개 아이비(IVY)리그에 필적하는 대학들을 만들기 위한 캘리포니아주 자체적인 교육시스템을 말한다. 즉, 이건희 회장은 삼성이 주도하는 고대·성대 재단통합을 통해 UC와 같이 교육시스템으로 묶인 ‘초일류 대학’의 미래를 내다본 것이다.
이에 대해 어윤대 교수는 “고대와 성대가 교류하고 상호 보완하도록 계획했다”며 “두 학교 모두 삼성 지원을 받을 것도 자명했다”고 전했다. 특히 당시 이건희 회장은 전통적으로 문과 계열이 강한 고려대와 이공 계열이 강한 성균관대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건희 회장이 꿈꿨던 ‘초일류 대학’의 꿈은 무산됐다. 이는 두 재단의 통합이 학내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려대학교가 지난 2005년 이건희 회장에게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자리에서 재단 통합 방침을 밝힐 계획이었으나, 학생들의 반대 시위로 논란이 일면서 흐지부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어윤대 교수는 “이 회장이 극구 사양하는데도 굳이 명예박사 학위를 권했다가 이런 일이 발생해 면목이 없어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완성 직전까지 갔던 두 대학의 통합이 막판에 엎어진 것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실제로 당시 고려대학교가 이건희 회장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위 중이던 학생들은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 “학위 수여 철회해라, 노동 탄압 중단하라, 철학 공부 다시 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나오는 사람 한 명 한 명한테 야유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시 삼성 측의 고위 관계자들이 아쉬움을 표하며 “학생들의 행동을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며 “이것은 기본 상식에 어긋난다”며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이 기념식장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삼성 쪽 직원들과 시위 학생 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며 아수라장이 연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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