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기업수 5년 이내 최저치
높은 인건비 ⋅ 각종 규제
리쇼어링 정책 장애물 작용

지난해 해외에서 국내로 생산시설을 옮긴 유턴기업 수가 최근 5년 이내 최저치를 기록하며 리쇼어링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턴기업은 20곳에 불과했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에는 유턴기업이 23곳으로 2019년 대비 증가했으나, 2021년 26곳으로 늘어난 이후 감소세를 보인다.
국내 유턴기업의 수는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2021년 기준 미국의 유턴기업은 1,800곳을 넘었고 일본은 매년 600~700곳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높은 인건비와 각종 규제가 리쇼어링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표적인 규제로는 주 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처벌법, 산업단지 입지 규제 등이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전반적인 고비용 구조와 노동·규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리쇼어링 정책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첨단산업에 파격적인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면 한국의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황이다. 미국은 ‘칩스법(CHIPS Act)’을 통해 자국에 생산시설을 설립하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한국은 반도체 특별법 내 보조금 지급 의무화조차 무산됐다. 반도체 업종에만 주 52시간 근무제를 완화하는 방안인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논의 역시 부진한 상태다.

유턴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도 주요국에 비해 적다. 한국은 해외 사업장을 축소하거나 폐쇄한 뒤 국내로 이전하는 경우에만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해외 아웃소싱 부분을 국내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유턴을 장려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정책은 기업에 실질적 매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턴기업 복귀율 저조와 더불어 보조금 지급 관리도 문제로 지적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유턴기업에 지급된 투자보조금은 4,771억 원에 달하지만, 이 중 약 43%는 국내에 생산시설을 건설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전기 전자업을 하던 A사는 2021년 유턴기업으로 선정돼 131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았지만 3년이 지나도록 국내 생산시설에 대한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 이처럼 투자 미이행 사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보조금 관리 시스템의 체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외국인직접투자(FDI) 역시 실질적 성과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FDI 신고 금액은 345억 6,8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투자 집행 금액은 147억 7,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4.2%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투자 집행액은 27.5% 감소하며 둔화세를 보였다.
노동 규제와 세제 부담도 유턴기업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2022년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의 93.5%가 리쇼어링 계획이 없다고 답했으며 이유로 노동 규제를 꼽았다.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주요 규제로 언급된다.

법인세와 수도권 입지 규제 역시 유턴기업 유치의 걸림돌이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주요국 대비 높은 편이며 수도권 내 설비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율은 11%로 지방의 24%에 비해 낮다.
정부는 1분기 내 유턴기업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투자설명회(IR)를 개최하며 유턴기업 유치에 노력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과 사후 관리 시스템 강화 없이는 리쇼어링 정책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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