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한국은 저력이 있는 나라다”
트럼프 주니어와 막역한 사이
지난 22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밝힌 가운데 국내 정·재계 인사 중에서 미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이는 정용진 회장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날 미국 애틀랜타 국제공항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용진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10분에서 15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식사를 함께했고, 별도로 여러 주제에 관해 심도 있는 대화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용진 회장은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이 대화 내용에 관한 질문을 하자 정용진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대화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여러 가지를 물어봤는데, 구체적인 사항은 얘기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과 관련한 언급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특별히 언급한 부분은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용진 회장은 앞서 지난 16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인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마러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당선인이 다음 달 취임을 앞두고 정권 인수팀을 가동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특히 정용진 회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을 받아 이루어졌으며 두 사람은 같은 개신교 신자로서 종교적·정서적으로 교류해 온 사이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정용진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가 많은 인사들을 소개해 줘서 대화를 나누고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라면서 “미국 인사들도 한국 상황을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다. ‘대한민국은 저력 있는 나라이니 믿어달라. 우리는 빠르게 정상을 찾을 것’이라고 얘기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도 만났으나 인사만 짧게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정용진 회장은 한미 관계의 가교 역할론에 대해 “내가 무슨 자격으로 (가교 구실을) 하겠나”라고 답했고, 내년 1월 예정된 미 대통령 취임식 참석 여부를 놓고선 “한국 정부가 사절단을 꾸리면 (그 일원으로) 기꺼이 갈 준비가 돼 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재계는 정 회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 측과 두터운 친분을 가져온 국내 인사로는 정 회장이 가장 돋보이는 인물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용진 회장이 수년 전부터 친분을 쌓아온 트럼프 주니어는 차기 행정부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아 정치 전면에 나서지는 않기로 했지만, 트럼프 2기 정부 인선이나 정책에서 ‘막후 실세’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당선인과의 대화 내용은 향후 한미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엿볼 수 있고 대응 전략을 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의중뿐만 아니라 측근들이 글로벌 이슈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는 향후 한미 간 관계 구축은 물론 북핵 등 한반도 문제 대응에서 중대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용진 회장은 미국 방문 당시 짧은 만남을 가졌던 일론 머스크 CEO와 50대 사업가로서 평소 대중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여러 공통점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짧은 회동 자리를 통해 머스크 측 관계자와 X의 사업 방향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협업 가능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소셜미디어에 관심이 많은 정용진 회장과 공동 투자나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을 모색했을 가능성 역시 높게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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