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공무원보다 몸값 비싸다는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월급 수준

필리핀 가사도우미 도입
최저시급 적용 238만 원
초임 공무원 232만 원 수준

다음 달 3일부터 시작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 비용과 관련한 논란이 일고 있어서 화제다. 이는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주 5일 근무한다고 가정했을 때 월 최대 238만 원의 급여가 나가며, 초임 공무원의 급여 232만 원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지며 급여가 높게 책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가사 관리사보다 이들의 급여는 저렴하게 책정됐으나 중·저소득층 가구에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 신청에 마감일인 6일까지 총 751가구가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시범 사업에 신청한 강남 거주자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나며 고소득층을 위한 정부 사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에 신청한 751가구 중 43%에 해당하는 318곳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있는 가구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강남 3구 가구가 더 적극적으로 가사관리사를 원한다는 점이 수치로 증명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앞서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직접 접하는 일부 중·저소득층 가구의 부모들이 제기한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의 방증으로 보인다. 당초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는 최저임금이 적용됐으나 여기에 4대 보험료를 포함해 시급이 1만 3,700원 수준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1일 4시간, 6시간, 8시간 서비스로 나뉘며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를 가정하면 월 238만 원 수준의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방직 공무원 초임 월급보다 비싸게 책정된 점은 지나친 감이 있다’와 같은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와 달리 싱가포르 같은 나라에서는 비교적 저렴하게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외국인 가사 도우미제도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정착된 홍콩에서는 주 5일 8시간을 고용할 경우 월 최소 77만 원, 싱가포르는 40만~60만 원만 지급하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향후 최저임금 상승이나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의 영향으로 이들의 몸값 역시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당초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월급을 최저임금 연동제로 적용하기 때문에 매년 늘어나는 인건비를 피해 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관련 법에 대한 제정과 서울시에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한국인 가사관리사 대비 저렴하다는 주장 역시 제기되고 있다.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경우 영어 교육목적까지 생각했을 때 ‘가성비’가 좋은 가사도우미로 분류된다. 특히 외국인과 함께하는 생활이 영유아에게 언어적으로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이를 생각하면 시급이 적당하다는 의견이다.

앞서 정부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을 논의할 때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이라는 보고서 발간을 통해 2가지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개별 가구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간 사적 계약,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 포함 등으로 국내 개별 가구가 외국인 가사도우미와 직접 계약하면 사적 계약에 해당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정부가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 업종을 포함하는 경우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6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30 청년위원회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청년 공무원 100인 기자회견’을 열어 낮은 임금 인상을 비롯한 처우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올해 9급 1호봉(초임) 공무원 월급은 232만 원으로, 세금을 제한 실수령액은 190만 원에 그친다. 이를 올해 최저시급인 9,860원으로 환산하면 근로자 월급보다 26만 원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 당분간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급여를 둘러싼 논쟁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