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거민주주의로 분류
독재화가 진행되는 나라로 소개
전 세계 민주주의 위기 맞아

스웨덴의 국제 연구기관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후퇴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 연구소는 정치 체제를 자유민주주의, 선거민주주의, 선거 독재 정치, 폐쇄된 독재정권 4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스웨덴에 위치한 예테보리대학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Dem)’는 13일 발표한 ‘V-Dem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을 41위로, 두 번째로 높은 선거민주주의에 포함시켰다.
선거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공정한 다당제 선거와 참정권, 표현의 자유 등이 보장되는 상태이지만, 이보다 높은 자유민주주의는 여기에 행정부에 대한 입법, 사법적 통제와 법 앞의 평등 보장이 추가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어 ‘심의민주주의 지수’ 지표에서는 48위를 기록하며 세부 지표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공공의 논의가 얼마나 포용적인지, 정부가 야당과 다양성, 반대 의견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사실에 기반한 논쟁이 얼마나 잘 이뤄지는지를 측정한 지표다.
보고서에서는 지난해 한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분류했었지만, 올해는 한 단계 낮춘 선거민주주의로 소개했다. 특히 보고서 앞부분에는 지난해 12월 수백 명의 대학생이 서울 여의도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는 사진을 크게 실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에도 독재화가 진행되는 나라로 꼽힌 바 있다. 또한, 한국은 언론을 포함한 표현의 자유가 크게 후퇴한 나라로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한국이 ‘언론의 자유’가 악화하고 있다면서 몰도바, 루마니아 등과 함께 언론의 편향과 자체 검열로 인한 일반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언론의 자유’는 정부를 비판하는 신문 및 방송 매체에 대한 정부의 공격, 미디어가 제공되는 관점의 협소화, 미디어 자체 검열 수준, 언론인에 대한 괴롭힘 등을 측정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지표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정부가 미디어를 침묵시키고, 정직한 언론인에게 압력을 가하고, 정보 공간을 그들에게 유리하게 기울이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연구소 측은 추가로 “지난 몇 년간 여러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라고 밝히면서, “지난해 기준 독재 진영으로 분류된 국가는 91개국으로 88개국인 민주주의 진영 국가를 2002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넘어섰다”라고 밝혔다.
V-Dem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978년 이래 최고 수치인 전 세계 중 72% 국가가 권위주의 진영 아래에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국, 아르헨티나, 인도, 인도네시아 등 영향력 있는 지역 인구 대국에서 독재화가 진행됐으며 벨라루스, 헝가리, 세르비아 등 동유럽 국가의 민주주의 후퇴가 두드러졌다. 특히 벨라루스는 유럽 국가 최초로 ‘폐쇄 권위주의’로 설정됐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와 몽골이 권위주의 진영 국가로 변화했다.
스타판 린드베리 V-Dem 소장은 “20년 전인 2004년에 권위주의화 된 국가·지역은 12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45개가 권위주의화 됐다”라며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지속해서 후퇴하고 있다. 서유럽과 북미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허위 정보와 정치적 양극화, 독재화는 종종 함께 진행되면서 서로를 강화한다”라며 “독재 정부는 의도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부풀려 사회 내 불신감을 조성하고, 양극화를 부추기기 위해 허위 정보를 이용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덴마크로 분석됐다. 이어 에스토니아, 스위스, 스웨덴 순이었으며 미국은 24위, 일본은 27위를 기록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