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
저가형 반도체 칩으로 AI 개발해 비용 낮춰
데이터 무단 수집 의혹 존재
중국에서 만든 저비용 인공지능(AI)의 등장에 엔비디아 등 미국의 인공지능관련 빅테크 회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 저비용 인공지능을 만든 회사는 바로 중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기업인 딥시크(DeepSeek)이다.
딥시크는 중국 헤지펀드 회사 환팡퀀트 소속의 인공지능 연구 기업으로, 최근 적은 비용으로 뛰어난 성능을 가진 동명의 AI 모델을 출시해 화제가 됐다. 환팡퀀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딥시크의 CEO인 량원펑은 1985년생으로 중국의 광둥성 출신으로 저장대학교에서 컴퓨터학과를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량원펑은 중국 테크 미디어 36kr 산하 매체 안용(暗涌)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가격을 낮춘 이유는 차세대 모델 구조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저렴한 비용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그는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나 AI를 보편적으로 제공하고 누구나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라며 AI 보편적인 보급에 대한 본인의 신념을 전하기도 했다.
딥시크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24년 12월 DeepSeek-V3 모델이 발표되면서부터다. 해당 모델은 서구권에서 개발된 대규모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보여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V3를 개발하는 데 고작 560만 달러(약 75억 원)가 소요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됐다. 이는 지난해 오픈AI의 챗GPT 개발에 투입된 50억 달러(약 6조 7,000억 원)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저렴한 수준이다.
이러한 가격의 절감에는 저사양 반도체의 사용에 있다고 추정됐다. 미국 빅테크 회사가 개발한 인공지능의 경우, 엔비디아가 개발한 고가의 고성능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용해 거대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뒤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위한 빅데이터 학습을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2년간 A100과 H100 등 자체 개발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해 전 세계 AI 열풍을 주도해 왔다. 엔비디아의 대표적인 모델로 알려진 H100의 경우, 칩 한 개 가격만 3만 달러에 이른다. AI 모델의 구동을 위해서는 이러한 고가의 반도체 칩 수십만 개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딥시크에는 이 H100 대신 보다 저렴한 H800 칩이 사용됐다. 이에 인공지능에 첨단 및 고가 반도체를 공급하며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던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이 경쟁력을 의심받게 되면서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딥시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는 딥시크의 연구·개발(R&D) 인력은 139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챗GPT의 개발사 오픈AI는 연구원만 1,200명인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또한 딥시크의 연구 인력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 경험 없이 중국 내의 명문 대학을 졸업했거나 석·박사 과정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령대도 20대∼30대 초반으로 젊으며 팀리더급도 대부분 35세 미만으로 경력도 많지 않다. 창업자인 량원펑은 중국 테크 매체 36Kr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핵심 기술적 역할은 대부분 신입사원이나 경력이 1∼2년 정도인 사람으로 채워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부분의 중국 AI 스타트업이 업계에서 인정받은 연구원이나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학파를 선호하는 데 비해 딥시크는 국내파 위주”라며 일반적인 중국 AI 스타트업과 딥시크의 인재 영입에 있어 다른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 AI 기업들의 기술 영향력 증가를 알리는 딥시크의 행보에 유럽과 미국은 규제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조치는 데이터 무단 사용 의혹과 개인정보 이용의 불투명성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인공지능 회사 오픈AI는 “딥시크가 오픈AI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서비스 약관을 위반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AI·가상자산 정책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색스는 “딥시크가 오픈AI의 독점 모델을 활용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30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개인정보 보호기관인 가란테에서 개인정보 이용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다운로드를 차단하면서 이탈리아에서 딥시크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영국 또한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에서 딥시크의 기술적 위험성을 분석할 예정이다.
영국 기술부 장관 피터 카일은 “우리는 딥시크와 같은 영향력을 가진 모든 혁신을 면밀히 검토하고, 적절한 시스템을 통해 관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세계 경제에 등장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지만, 영국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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