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계엄방지법 당론 추진
일본의 계엄 부재
민주주의의 두 나라 교훈
“다시 군화 발자국 소리를 들을 것인가?” 계엄령 논란 이후, 한국 정치권은 군부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전례 없는 법안들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계엄 해제 절차를 강화하고 군사적 개입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3개의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며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일명 “‘계엄을 빙자한 친위 쿠데타 방지 4법’ 약칭 ‘서울의봄 4법’이다.
이 법안들은 계엄 선포 요건을 엄격히 하고, 국회의 기능을 보장하며,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방해할 경우 계엄을 자동으로 해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단순히 국내 법적 개선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 비교를 통해 더욱 심화할 필요가 있다. 놀랍게도 일본에는 계엄이라는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군사적 개입을 원천 차단하고 민주주의를 공고히 한 일본의 사례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은 군부 독재와 계엄령 남용의 아픈 역사가 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비상계엄, 1987년 6월 항쟁 이전의 군사적 억압은 한국 민주주의의 큰 상처로 남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논란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민주당은 계엄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강화하고자 나섰다.
계엄방지법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전시가 아닌 경우 계엄 선포 시 국회의 사전 동의를 필수로 한다. 둘째, 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이나 군이 국회의원의 본회의 참석을 방해하면 계엄이 자동으로 해제된다. 셋째, 계엄 기간 중 국회의원이 체포되더라도 국회에서 의결권은 보장된다. 이 법안들은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달리 일본은 1947년 제정된 평화헌법으로 인해 계엄 제도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 9조는 전쟁과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군사력을 방어적 목적에 한정한다. 이는 일본 사회가 군부의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자유롭도록 보장한다.
자연재해나 팬데믹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긴급사태선언’을 통해 행정적 조치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를 선언해 시민들의 이동과 상업 활동을 제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군사적 개입은 허용되지 않았다. 일본은 군사적 수단에 의한 민간 통제를 철저히 금지하며, 이는 헌법상 절대적인 금기다.
일본에서 예외적인 군사적 수단의 동원은 외부로부터의 무력 공격에 대한 방어적 목적에 한정된다. 자위대는 외국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내란이나 국내 혼란 상황에서 군사력을 사용할 수는 없다. 이는 자위대의 활동을 헌법적 틀 내에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군사적 개입이 민주주의를 위협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다. 일본에서는 군사력 남용을 방지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헌법적 장치가 필수적이라고 여겨진다.
한국과 일본의 민주주의 발전 경로는 크게 다르다. 일본은 패전 이후 외부 세력, 특히 미국 주도로 민주주의가 제도화되었다. 군사력은 평화헌법으로 철저히 통제되었으며, 계엄령과 같은 군사적 민간 통제 제도는 폐지되었다. 반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투쟁과 희생으로 이루어진 성과다. 그러나 이러한 역동성에도 불구하고 군부 개입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에서 계엄방지법이 당론으로 추진되는 상황은 군사적 개입의 역사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보호하려는 시도다. 일본의 평화헌법과 계엄 부재는 군사적 개입을 차단하는 제도적 안정성을 제공하며, 한국에 시사점을 준다. 한국의 계엄방지법이 군부 독재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우고 한국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 효과와 한계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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