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임원 인사 단행
최태원·최창원 군단 교환 방식
주요 계열사 조직 축소로 효율화
SK그룹이 이달 5일 운영 효율화와 내실 다지기를 기조로 한 임원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와 SK디스커버리 간 인사 교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각각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기업으로, 이름만 공유할 뿐 지분 관계가 없는 다른 계열의 기업 집단으로 확인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그간 독립 경영을 강조해 오던 양 측의 인사 교류를 두고 이례적인 일로 평가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올 초부터 SK㈜의 ‘두뇌’ 조직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맡은 뒤 둘 사이에 시너지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지난 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 같은 내용의 정기 임원 인사를 오는 5일 단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세부적으로 SK㈜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 자리엔 SK디스커버리 계열사의 최고위 임원이 발령받을 것으로 보인다.
임원 인사가 단행되는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 SK가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지주사로, 최창원 부회장이 지분을 40%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이어 투자형 지주사인 SK㈜는 그룹 전반의 투자를 관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의 재무 건전성을 챙긴다는 점에서도 핵심 보직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런 경향을 의식해 SK㈜의 CFO 자리엔 ‘금고지기’라는 별칭을 붙였다. 이번 인사로 인해 해당 자리에 SK디스커버리 계열사 임원이 온다는 것만으로도 그룹 내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SK㈜의 밑그림을 총괄하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현직 전략 담당 임원이 SK디스커버리 계열의 주요 보직에 발령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룹의 전략 방향을 책임지는 최창원 의장의 최측근 전보가 SK그룹의 리밸런싱과 ‘OI(운영 개선)’의 방향을 계열사 전반에 뿌리내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초 두 회사는 지분 관계가 없으나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SK디스커버리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SK 멤버사’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은 SK 브랜드명을 공유하면서도 ‘따로 또 같이’라는 SK의 철학을 공유하는 계열사다. 특히 최창원 의장이 연초에 “올해까지만 의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룹의 사업 재편이 당분간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임기를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그룹은 ‘사업 리밸런싱’을 위해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연중에 지속적으로 단행해 왔다. 업계에서는 연말 사장단 인사를 하던 SK그룹으로선 이례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올해 들어 SK에코플랜트, SK이노베이션 계열사, SK스퀘어의 사장직을 교체한 게 대표적이다.
앞서 일부 임원 인사가 단행된 바 있어 오는 5일 발표될 다른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소폭의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번 인사에서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박원철 SKC 사장,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 & S 사장은 유임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 중 박원철 SKC 사장은 ‘AI 반도체’의 핵심 사업인 유리 기판 분야를 육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며,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그룹 내 AI 관련 사업에서 첨병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어 추형욱 SK이노베이션 사장은 SK이노베이션과 E & S의 합병을 무난하게 이끈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SK 그룹의 이번 인사는 주요 계열사의 조직을 축소해 경영 효율화에 나서는 첫 발자국이다. 앞서 정유, 석유화학, 배터리 자회사를 거느린 SK이노베이션은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등 사용 기준을 대폭 강화한 바 있다.
여기에 다음 달 있을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임원 자리를 축소하고, 조직을 통폐합한다는 구상으로 전해졌다. 특히 앞서 지난달 열린 CEO 세미나를 통해 최태원 회장이 ‘운영 개선(OI)’을 강조한 만큼, 운영 효율을 높인다는 명분을 앞세워 임원 규모를 적게는 10%, 많게는 30% 감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SK그룹은 각 사에 ‘운영 효율성’이라는 기조만 주고, 사별로 임원 인사를 진행한다. 임원 수 감축 여부는 회사 별로 다를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다수여서 임원을 감축하는 회사가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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