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8·8 공급 대책
무주택 인정 기준 완화
청약 가점 최대 32점
최근 신축 아파트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청약 시장에 진입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병목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정부가 전용면적 85㎡ 이하, 공시가격 5억 원 이하인 서울 빌라를 1채 보유한 사람들도 청약 시 무주택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확대하는 방안을 밝히며 청약 가점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8·8 공급대책(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도시형 생활주택 등 비아파트를 구입하는 이들을 청약 시 무주택자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규정이 적용될 경우 비아파트를 새로 구입하려는 수요자뿐 아니라 기존에 비아파트 1채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단독주택·빌라 등을 보유 중인 1주택자들의 청약 가점이 대폭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전용면적 85㎡ 이하면서 공시가격 5억 원 이하’ 단독주택 혹은 빌라를 보유한 경우 한순간에 무주택자로 돌변하면서 주택 보유기간에 따라 청약 가점이 최대 32점(무주택기간 만점)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에 따라 ‘가점 인플레이션’이 심해져 청약 시장이 더욱 과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당 조치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는 11월경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알려지며 11월 이후 청약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실제로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69%인 점을 미루어보아 시세가 약 7억 2,000만 원 수준인 빌라까지도 무주택 인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아파트 전세 대신 빌라 매매에 나서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업계의 예측은 정반대의 상황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빌라의 경우 아파트보다 빨리 지을 수 있는 비아파트에 속하기 때문에 아파트에 몰리던 수요를 분산해 울·수도권 전세·매맷값 동반 상승세를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을 그렸다.
그러나 업계는 이런 무주택 인정 기준 완화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정부의 무주택 인정 기준 완화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아파트 선호 흐름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전문가는 “비아파트는 다주택자들이 월세 수익 목적으로 사는 주택 유형”이라며 “아파트를 원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잘 팔리지도 않는 비아파트 매수에 나설 유인은 크지 않다”라고 전망했다.
특히 현재 병목현상이 점차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약 경쟁률이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정부의 무주택 인정 기준 완화로 인해 주택 소유 이력이 없으면 생애 최초 특별공급에도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지난 3월부터 시행된 민영주택 일반공급 가점제에서 배우자 통장 가입 기간을 합산할 수 있도록 한 영향으로 청약 점수 인플레이션이 심화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기대하는 구상안은 그려지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정부의 무주택 인정 기준 완화 소식이 들리자, 청약 가점을 위해서 오랜 기간 청약 통장을 두고 임차 생활을 진행해 온 40·50세대 사이에서 ‘역차별’이라는 비판 역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무주택 지위를 회복하는 보유자들은 소수라고 주장하는 정부와 달리 이들은 최근 시장에서 쏟아지고 있는 고가점자의 모습을 지적하며 ‘과열된 수도권 청약시장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며 강하게 반발에 나섰다.
실제로 지난 6월 기준 청약통장 가입 기간 만전 기준인 ’15년 이상’ 가입자만 321만 4,357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오는 11월부터 해당 개정안을 개선 사항 없이 적용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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