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축구 왕국’ 끊겠다는 대한축구협회장 후보, 이 사람이었다

정몽규 협회장 4선 연임 도전
허정무 전 축구선수 겸 감독
“투명한 협회 경영” 예고해

이어지는 논란 속에서도 4선 도전을 선언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축구협회에 출마 의사를 공식으로 전달하며 ‘후보자’로서의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협회장 선거가 2파전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2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정몽규 회장은 이날 오전 후보자등록 의사 표명서에 서명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동시에 정몽규 회장은 자동으로 직무 정지 상태가 됐으며,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김정배 부회장이 회장직을 대행할 예정이다.

당초 차기 회장이 되려고 도전하려면 임기 만료일 50일 전에 선거에 나가겠다는 뜻을 축구협회에 밝혀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임기 만료일인 2025년 1월 21일의 50일 전이다.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함께 정몽규 회장의 2파전이 예상된다.

특히 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경선이 치러지게 된 건 정 회장이 처음 당선됐을 때인 2013년 이후 12년 만으로 알려지며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당시 진행된 선거에서 정몽규 회장은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 김석한 전 전국 중등축구연맹 회장, 윤상현 의원 등을 제치고 당선된 바 있다. 1선의 임기 종료 이후 2, 3선을 할 땐 홀로 입후보해 경선 없이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인 정몽규 회장은 1994년 울산 현대(현 HD) 구단주를 시작으로 30년 동안 축구계와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그의 이력은 축구협회에 여러 방면에서 재정 이바지를 할 수 있는 기업가인 데다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산하 단체장, 시도협회장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어 선거전에서 유리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개인적인 인기로 보자면 바닥에 가깝다. 이는 축구협회가 불투명한 행정과 무능력으로 질타의 목소리를 받아온 가운데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마저 터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몽규 회장을 두고 “이제 무능의 아이콘으로 불러야 한다”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만일 축구인들이 정몽규 회장을 선택한다면 축구계 전반에 대한 팬들의 실망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축구인들이 여론을 두고 얼마나 반응할지가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30년간 이어진 현대가의 축구 왕국을 이끄는 정몽규 회장의 대항마로 등장한 허정무 전 감독은 지난 21일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에 대대 당시 그는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힘이 되고자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허 전 이사장은 선거 출마 기자 회견을 통해 작금의 대한민국 축구의 문제점에 대해 축구인으로서 통감하고, 이를 혁신하기 위한 ‘투명한 협회경영’을 펼쳐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본격적인 선거 캠페인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기자회견에선 구체적인 방안 없이 시도협회 재정 자립,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 부활 등 당장 실현이 어려워 보이는 공약을 늘어놔 시장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했다. 그럼에도 경기인으로서나 행정가로서나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온 점은 허정무 전 감독의 확실한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허정무 전 감독은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고, 2013∼2014년 축구협회 부회장을 시작으로 행정가로 변신해 2015∼2019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를 거쳐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축구 외길 인생을 허정무 전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한 해 예산이 1,000억 원을 훌쩍 넘는 거대 단체인 축구협회를 이끌 능력이 과연 있는지를 두고 우려의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허정무 전 감독은 이번 출마 선언으로 인해 지난 1993년부터 축구 왕국을 이끌어온 현대가에 정면으로 도전하게 됐다.

한편, 대한축구협회의 선거는 내년 1월 8일에 열린다. 선거인단은 축구협회 대의원과 산하 단체 임원, 지도자·선수·심판 등 축구인 200여 명으로 구성되며 새 회장의 임기는 같은 달 22일 정기총회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