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협회 관리 부실 의혹에 대한체육회가 보인 반응, 의외였다

대한체육회 입장
“주장의 근거가 모호”
체육회 별개 노력 강조

최근 2024 파리올림픽에서 28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대한민국에 안긴 안세영 선수가 배드민턴협회의 그릇된 행정을 ‘폭로’하며 그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대통령실까지 안세영 선수의 발언에 집중하며 조사를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한체육회의 첫 반응이 알려져서 화제다.

지난 5일 안세영 선수는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승리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함께하긴 힘들 것 같다”고 전하며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부상이 심각했는데 안일하게 생각한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실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세영 선수의 폭로 다음 날인 6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파리 플랫폼에서 운영 성과 보고회를 마친 뒤 “귀국하는 배드민턴 지도자 5명에게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이번 대회까지 안세영의 부상 치료 등과 관련한 내용을 메모 형식으로 보고하라고 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체육회가 독자적인 조사에 나서 선수와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중간에 있는 지도자들의 의견을 참고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대한체육회가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전수조사에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가운데,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뜻밖의 입장을 전하며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기흥 회장은 안세영 선수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안세영의 주장을 들었지만, 협회의 어떤 점에 서운했는지가 확실치 않고 주장의 근거가 모호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 부분을 살피기 위해 귀국하면 체육회 차원에서 협회를 조사할 방침”이라며 “대한체육회는 배드민턴협회와는 별개로 올림픽 금메달 후보인 안세영에게 2월부터 전담 지도자를 2명 지원하는 등 지원에 힘을 아끼지 않았다”고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뜬금없는 대한체육회의 노력에 대한 책임 주장은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이기흥 회장의 발언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지금 불똥 튀기지 말라고 단속하는 거냐?”, “노력한 거 알겠는데 굳이 저 자리에서 저런 발언을 해야 했을까?”, “안세영 선수를 지켜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와 같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향후 문제가 커졌을 때 대한체육회가 이른바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려는 수순 아니냐는 의혹에서 제기된 지적으로 판단된다. 대한체육회가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또 있다. 이는 앞서 대한체육회의 주재로 배드민턴 메달리스트들의 기자회견이 열렸으나 해당 기자회견에 안세영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대한체육회가 ‘안세영은 본인 의사로 인해 불가피하게 불참했다’라고 밝힌 것과 달리 “기자회견을 안 나간 것은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밝히며 대한체육회의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이에 따라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안세영의 발언이 나오게 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남녀 MVP 투표를 안세영 선수의 결승 경기 전 마감해 의도적으로 안세영을 후보군에서 배제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안세영 선수를 사실상 MVP 후보군에서 배제된 것과 다름없다고 여긴 취재진이 대한 체육회 측을 향해 “투표 마감 시간을 늦춰 달라”고 요청했으나 대한체육회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행정 업무 처리나 각종 행사 준비로 인해 제한적인 기간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안세영 선수의 폭로 이후 주목을 받은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김규택 회장은 계획했던 일정을 변경해 7일 오전 항공편을 바꿔 급하게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규택 회장은 “협회에서 무슨 잘못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이는데 보도자료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안세영 선수와 갈등은 없었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안세영 선수가 왜 대표팀과 함께 할 수 없다고 얘기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혀 향후 사건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