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과장에게 반복적으로 질책했다는 증언이 군사 법정에서 나왔다. 계엄 해제 국회 의결 직후에도 박 총장이 이를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 측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4일 중앙지역 군사법원에서 열린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이진우 전 수도 방위사령관의 공판 기일에서, 권영환 전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당시 대령)이 증인으로 출석해 박 총장의 언행과 지시를 직접 증언했다.
군검찰이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 해제 관련 규정을 설명하자 박 총장이 ‘일머리가 없다’,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라는 말을 했느냐”라고 묻자, 권 대령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그 질문이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라며 잠시 침묵한 뒤, “여러 차례 그런 말씀을 들었다”라고 밝혔다.

권 대령은 당시 합참에서 계엄 업무를 총괄한 책임자로, 계엄 선포 직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 총장을 직접 보좌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박 총장이 기자단 출입 문제, 계엄 상황실 구성 등에 대해 “사단과 연대보다 못한 조직이다”, “경찰청장 전화번호도 못 알아내냐”라는 식의 질책을 여러 차례 했다고 증언했다.
군검찰은 특히 박 총장이 비상계엄이 해제되기 전부터 육군본부 참모진에게 서울로 출동하라는 지시를 내린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도 “비상계엄 해제 의결 이전에, 육본에서 지원 인력이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냐”라는 질문에 권 대령은 “들었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박 총장이 계엄 선포 직후 육본 참모진에게 서울 파견을 지시, 계엄 유지 기조를 이어가려 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육본 참모진 34명이 대형 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12월 4일 오전 3시께 충남 계룡대를 출발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안수 총장과 이진우 전 사령관은 현재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번 공판은 당시 계엄 체계하에서 실제 실행된 명령과 지시의 법적 정당성 여부를 따지는 핵심 쟁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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