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 회장
공식 프로필 사진 게제
최근 잇단 사명 변경 ‘눈길’

재계에 따르면 최근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포털사이트 프로필 사진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유경 회장이 공식 프로필 사진을 촬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확인돼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회장직에 오른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최고경영자 이미지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17일 재계에 따르면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프로필 사진이 10년여 만에 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화이트 색 상의 이너 위로 짙은 네이비색 재킷을 입고, 은색 귀걸이를 착용한 채 프로필 사진을 촬영했다. 당초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의 공식 사진으로 지난 2016년 12월 대구 신세계 그랜드 오픈 당시 야외에서 찍은 것을 활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 회장은 처음으로 공식 행사에 참석하며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정 회장의 등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날, 그는 짧은 검정색 코트와 얼굴 아래 붉은색과 아이보리색의 부토니에를 꽂은 패션을 자랑했다.
특히 신세계 측은 이때 언론사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공식 사진처럼 사용해 온 바 있다. 이어 2016년 이전에 사용해 온 사진도 사무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공식 프로필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즉, 이번에 공개된 프로필 사진이 지난 1996년 조선호텔 마케팅 담당 상무보로 입사한 이후 정 회장이 29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촬영한 사진이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신세계의 세대교체를 예고하는 행보로 평가했다.

당초 최고경영자의 프로필은 기업의 이미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리더십 변화의 메시지를 담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정 회장은 정기 임원 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이는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9년 만에 전해진 승진 소식이었다.
신세계그룹은 당시 “정유경 회장 승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의 토대 구축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9년부터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나누는 계열 분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의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 회장이 각각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을 나눠 갖게 됐다.
이에 따라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사업인 신세계 백화점, 패션 뷰티 사업인 신세계인터내셔날, 면세 사업인 신세계디에프, 리빙 사업인 신세계 까사, 아울렛 사업인 신세계사이먼, 홈쇼핑 사업인 신세계라이브쇼핑 등을 맡고 있다.
더하여 최근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 독립 경영 추진과 맞물려 계열사의 사명을 잇달아 변경했다. 지난 1일 유통가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CVC(기업형 벤처캐피탈)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최근 시그나이트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새출발을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에 따르면 시그나이트는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센트럴시티 등 ㈜신세계 계열사가 출자해 지난 2020년 7월 설립된 기업이다. 시그나이트에는 정유경 회장의 남편으로 알려진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가 지난 2020년 말 벤처투자 사령탑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이어 그룹 계열분리 선언 이후 처음으로 열린 ㈜신세계 계열사 주주총회에서는 신세계센트럴시티가 ‘시티’를 뺀 신세계센트럴로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당시 이에 대해 신세계센트럴시티 주요 주주에게 보낸 주총 소집 통지에는 “앞으로 그룹 내 핵심 부동산을 활용한 주거·오피스·호텔·리테일 등 고부가가치 부동산 사업을 주도하며 핵심 관계사로 거듭나려고 한다”며 “기존 사명에서 서울 등 대도시라는 한정적인 의미가 느껴지는 ‘시티’를 삭제하고 종합 부동산 개발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설명이 포함됐다.
한편, 16일 공개된 사진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사용하는 프로필 이미지와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모친인 이명희 회장과 같은 ‘성공한 경영인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당초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대한민국 유통의 살아있는 역사로 통한다.

이는 그가 지난 1997년 신세계백화점 2개 지점(본점, 영등포점)과 조선호텔만 가지고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를 한 이후 신세계그룹을 재계 11위의 유통 대기업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이명희 총괄회장은 이마트·스타벅스·프리미엄아울렛 등 새로운 업태를 선보이며 국내 유통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해 오기도 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명희 총괄회장을 두고 ‘리틀 이병철’이자 가장 성공한 경영인으로 꼽고 있다.
즉, 정 회장의 새로운 프로필이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의 프로필과 굉장히 유사한 것은 모친의 리더십을 이어가려는 정 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에 대해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직전 프로필을 사용한 지 10년이 넘었고, 회장 승진도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이유로 이번에 프로필 사진을 새로 찍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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