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1994년 FIFA 부회장 당선
“우리 몽준이가 한 일이 그렇지”
최근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대한축구협회(KFA)의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된 제보를 받았다고 밝히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오는 24일 현안 질의 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홍명보 감독, 이임생 기술 총괄이사, 정해성 전 전력 강화 위원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 논란의 진상을 파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한축구협회의 협회장을 맡은 정몽규 협회장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이어져 왔다는 점을 미루어 보아 집중적인 현안 질의의 대상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정몽규 협회장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을 보고 전한 말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정몽준 이사장이 과거 축구행정가로서 명성을 떨치던 당시의 행보가 최근 정몽규 협회장이 보이는 행보에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몽준 이사장은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맡아서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 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히딩크호의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주영이 살아있었으면 정몽규는 큰일 났다”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해당 글의 내용은 월드컵 공동 개최 소식을 들은 정몽준 이사장의 아버지 정주영 회장이 보인 반응에 관한 사실이 담겨있었다.
당시 2002년 월드컵이 일본 단독 개최로 주최될 뻔했으나, 정몽준 이사장이 이를 공동주최로 만들어 놓으면서 정주영 회장에게 한 소리를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에 따르면 정주영 회장은 정몽준 이사장을 향해 당시 “우리 몽준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라는 핀잔 섞인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정주영 이사장은 아버지인 정주영 회장이 88 서울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며 월드컵 유치에 대해 큰 뜻을 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재만 들어갈 수 있다고 잘 알려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을 거쳐 미국 명문 MIT를 졸업한 정몽준 이사장은 1993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박사학위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ROTC 장교로 만기제대 한 후 31세에 현대중공업 사장에 올랐으나 사업보다 정치에 관심이 더 컸던 정몽준 이사장은 국회의원 7선을 지내며 정치가로서의 면모도 보였다. 정몽준 이사장의 축구에 대한 관심은 지난 1993년부터 시작됐다.
이 시기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정몽준 이사장은 2002년 월드컵 유치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전 세계를 누비면서 유치 작전에 돌입했다. 당시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권도 유치의 성공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월드컵 유치는 모든 국민의 꿈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다만, 유치 과정에서 일부 야당 인사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월드컵 유치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한다며 반대했고, 정몽준 이사장에게 우리가 지금 월드컵을 유치할 형편이 안 된다고 노골적인 반대 의사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시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3년 일찍 FIFA에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할 것이라는 의사를 공식 발표했고, 1990년에 월드컵 유치위원회를 결성했기 때문이다.
덧붙여 당시 주앙 아발랑제 FIFA 회장이 일본에 전폭적인 지원 사격을 했기 때문에 유치는 사실상 힘들 전망이었다. 이에 일본의 단독 개최가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가 이어졌으나 한 번 결심하면 끝을 보고야 마는 부친 정주영 회장의 성격을 닮은 정몽준 이사장은 차분하게 유치 준비에 전력하며 월드컵 개최지 투표권을 가진 FIFA 집행위원에 도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1994년 FIFA 부회장에 당선된 정몽준 이사장은 전 세계 국가의 투표권을 가진 집행위원들을 별도로 만나 설득하기 시작한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정몽준 이사장은 “일본은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진출한 적이 없는 축구의 최약체 국가로서 그 실력으로 월드컵 개최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면서 “대한민국은 이미 4번이나 월드컵 본선 무대를 경험한 축구 선진국”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FIFA 회장인 아발랑제의 의견은 흔들리지 않아 난항을 겪어야 했다. 이에 정몽준 이사장은 아발랑제 회장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남북한이 만약 공동 개최를 하게 된다면 2002년 월드컵 유치에 승리할 것이 틀림없다”고 ‘남북한 공동 개최’를 역발상으로 제안해 아발랑제 회장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결과적으로 1995년 한국을 방문한 아시아축구연맹의 사무총장인 피터 벨라핀이 지나친 유치 경쟁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 양 국가들이 큰 상처를 입게 될까 봐 염려스럽다며 한국·일본의 공동 개최를 제안하며 공동 개최가 가능해졌다. 이에 한국보다 빠르게 준비하던 2002 월드컵 개최를 한국에 빼앗길 가능성이 커지게 되자 일본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공동 개최를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몽준 이사장은 월드컵 유치 성공에 대해 “1988 서울 올림픽 유치 최전방에 서서 열심히 노력하던 부친 정주영 회장을 뒤에서 조용히 도우면서 많은 걸 배우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당시의 소중한 경험으로 인해 2002 한일 월드컵을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런 정몽준 이사장의 행보를 두고 축구 팬들은 대한축구협회의 現 협회장인 정몽규의 행보와 비교하고 있다. 이는 책임 경영을 강조했던 선대 회장들의 행보와 달리 정몽규 협회장이 각종 논란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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