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주, 투자자 기대감
SK하이닉스 신용거래융자잔고 증가
리스크 선반영 됐다 분석 제기

미국 정부의 관세 강화 정책 등 어수선한 대외무역 환경 속에 이달 우리나라 수출과 수입이 모두 하락한 가운데 반도체가 홀로 수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은 339억 달러, 수입은 340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5.2%(18억 7,000만 달러), 수입은 11.8%(45억 7,000만 달러) 각각 하락했다.
이달 무역수지는 1억 4,000만 달러 적자였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71억 3,000만 달러 흑자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 실적을 보면, 반도체는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하며 두드러진 반등을 보였으나, 승용차(–6.5%), 석유제품(–22.0%), 자동차 부품(–1.7%) 등 주요 수출 품목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이달 반도체 수출 비중은 19.1%를 기록했다. 이는 2.8%P 오른 수치다. 반도체 업계의 수출이 증가한 가운데 우리나라 반도체주 주가 반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연합인포맥스 자료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SK하이닉스의 신용거래융자잔고는 3,982억 원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지난달 말(2,153억 원) 대비 84.9% 상승한 수치다.
삼성전자 신용거래융자잔고는 7,308억 원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6,995억 원이었던 지난달 말 대비 4.5% 증가한 금액이다. 신용거래융자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리고 나서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해당 잔고가 상승했다는 것은 주가 상승을 기대한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규모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전체 신용잔고는 9조 8,746억 원에서 9조 6,262억 원으로 약 2.5% 감소했다.

반도체는 제약, 바이오와 함께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됐기 때문에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반도체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전했으며, 이에 미국 상무부는 관세 부과를 목적으로 반도체,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조사에 돌입했다. 미 하원도 엔비디아의 아시아 지역 칩 판매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주가도 연일 약세를 보였다. 이달 들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는 각각 4.33%, 8.23% 감소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 관세 부과가 단기간에 현실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관세는) AI 인프라 투자 비용 증가 부담을 일으켜 오히려 AI 패권 경쟁 내 미국의 입지를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조사에 최대 270일이 소요되고 원칙적으로 조사가 완료돼야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시일 내 반도체 품목 관세 확정을 단정하는 것은 이른 우려인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방안을 제시한 후 협상을 거쳐 다시 재조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을 감안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리스크가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중국 업체를 겨냥한 핀셋 조치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현 주가는 관세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어 향후 하락 위험보다는 상승 여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차별적인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에 한미 고위급 협의가 열려 관세 및 무역 관련 현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번 주 방미해 미국과 관세 최소화를 위한 본격 협상에 돌입한다. 한미 정부는 워싱턴 D.C.에서 한미 재무·통상 장관이 참석하는 ‘2+2’ 형식의 고위급 통상 협의를 24∼25일에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한국 측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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