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 별세
자본금 1,000만 원·동료 6명 시작
삼보컴퓨터 2005년 법정관리 돌입

지난 14일 국내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PC)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초석을 마련한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회장이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재계에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용태 전 회장은 향년 92세의 나이로 일기를 마감했다.
재계에 따르면 1933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교 검정고시 합격 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타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컴퓨터에서 한글을 입출력할 수 있는 터미널 시스템을 최초로 개발했고, 1980년 청계천에 삼보컴퓨터를 설립한 인물이다. 당초 삼보컴퓨터는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시작한 ‘삼보 전자엔지니어링’에서 시작됐다.

업계에 따르면 삼보컴퓨터는 이용태 전 회장을 포함한 6명의 동업자가 함께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 한국 최초 상용 PC SE-8001을 개발한 그는 1982년엔 국내 최초 개인용 PC를 내놔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PC SE-8001의 개발은 회사 설립 이후 6개월 만에 이뤄진 결과며, 당시 컴퓨터가 한글을 구현할 수 없었던 점을 극복해 한글 카드를 통해 한글을 구현하기도 했다. 이어 1982년 애플2 컴퓨터의 호환 기종인 트라이젬20을 선보였는데 이는 국내에 개인용 컴퓨터로서 최초의 보급된 PC다.
실제로 삼성, 대우와 같은 대기업이 PC 시장에 진출한 건 그 이후로 알려졌다. 삼보컴퓨터의 전성기로 불리는 1990년대에는 한국의 컴퓨터 산업이 정보화, 특히 정부의 컴퓨터 교육 강화에 힘입어 커지면서 급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초반 삼보는 전문 컴퓨터 기업의 첨단 이미지를 내세워 대기업을 상대했다. 이어 PC 이외의 주변 기기 사업에 진출한 삼보는 1992년 나래 이동통신을 설립하기도 했다. 또한, 이 전 회장은 1996년엔 한국전력과 함께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ISP)인 ‘두루넷’을 설립한 바 있다. 이듬해 그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만나 초고속 정보통신 공동 개발을 약속했다.
아울러 빌 게이츠의 주목을 받았던 두루넷은 1999년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직상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시기 삼보컴퓨터는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며 대기업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성장 가도를 달리던 삼보는 지난 2000년 매출액 4조 원을 넘기며 신흥 IT 재벌의 반열에 올랐다.다만, 이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는 2000년대에 접어들며 급격한 산업의 발달로 삼보컴퓨터와 두루넷이 쇠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루넷은 2002년, 삼보컴퓨터는 2005년 각각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이에 따라 이 전 회장은 경영에 손을 뗐다. 이는 1990년대 말부터 삼보가 PC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사업다각화를 모색한 점이 역풍으로 작용한 결과다.
당시 삼보는 무선호출기, 시티폰, 초고속 인터넷, 케이블 방송, 증권업, 벤처 투자, 소프트웨어 개발 등등 50여 개의 업체를 설립했다. 그러나 이 사업들이 실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고스란히 부채로 남게 됐다.

한편, 이용태 전 회장은 1982년 국내 최초 데이터 통신 서비스 회사인 데이콤(이후 LG유플러스로 합병)의 초대 사장을 맡기도 했다. 이는 지난 1981년 청와대가 체신부에서 전기통신사업을 떼어 내 공사화하면서 데이터통신 사업을 전담할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 전 회장을 리더로 낙점했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삼보컴퓨터 회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 한국정보산업연합회 명예회장을 맡아 한국 전자 산업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용태 전 회장은 교육에도 큰 관심을 가져 한국 교육 사업에 이바지했다. 이는 그가 지난 1987년 설립된 박약회 회장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는 70세가 넘은 나이에 박약회의 회장으로 선임돼 인생 2막을 시작하기도 했다. 여기서 박약회는 군인과 학생들을 위한 인성 교육 사업을 하는 단체다. 한때 한국 IT 산업의 대부로 불리며 한국 PC 산업의 발전과 교육 사업의 양성을 이끌었던 고인의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8일 오전 7시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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