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하우스’ 열풍
미분양 아파트 증가
동서고속화철도 개통

‘별장’으로 불리던 세컨하우스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주말이나 휴가철을 즐기기 위한 새로운 추세로 자리를 잡으며 인기를 끌었다. 과거에는 수도권에서 가까운 경기도 가평이나 양평, 광주 등에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를 짓는 형태였지만, 강원을 비롯해 남해(부산, 제주) 등 바닷가와 맞닿은 수변 지역으로 확대됐다.
이에 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속초와 강릉 또한 세컨하우스 입지로 주목을 받으며 집값이 급등했다. 특히 속초의 경우 수도권 접근성 향상으로 외지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아파트값 누계 상승률이 18.46%를 기록할 정도였다.
그러나 ‘세컨하우스’ 열풍이 사그라들자, 투자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고 공급 과잉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강릉은 2023년 12월부터 16개월 연속, 속초는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 연속 각각 월간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했다. 이 기간 누적 내림 폭은 강릉 6.6%, 속초 5.1%에 달한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속초 아파트 매물은 4일 기준 1,939건으로 1년 전(1,529건)보다 약 27% 늘었다. 코로나19 시기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815건)과 비교하면 무려 2.4배 증가한 수치다.
수요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속초 아파트를 매수한 외지인 비중은 2022년 39.3%에서 2023년 27%, 2024년 1분기에는 23.1%까지 떨어졌다. 특히 서울 거주자의 속초 아파트 매입 비중은 같은 기간 15%에서 9.9%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분양 아파트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속초의 미분양 아파트는 1,021가구로 1년 전의 692가구보다 약 50% 가까이 늘어났다. 결국 속초는 전국 5개 ‘미분양 관리지역’ 중 하나로 지정됐다.
실제로 이러한 기조를 반영하듯 2021년 6억 5,100만 원에 거래됐던 강원도 속초의 주상복합아파트인 ‘양우내안애 오션스카이’는 지난달 17일 고점 대비 절반 수준인 3억 5,5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 2022년 8억 원대에 거래가 이루어졌던 ‘힐스테이트 속초 센트럴’도 현재 4억 중반~5억 중반 수준에 머무른다.

속초의 ‘대장 아파트’로 불렸던 단지들 또한 내림세를 피하지는 못했다. 속초해수욕장까지 도보 이동이 가능해 인기를 끌었던 ‘속초청호아이파크’ 전용 84㎡는 현재 매물 호가가 4억 전후로 알려졌다. 이는 전 고점(7억 2,500만 원) 대비 반값에 준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향후 대단지 추가 물량 공급이 예정돼 있어 전문가들은 속초의 미분양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속초에는 올해 4월 준공 예정인 중앙하이츠(228세대)와 2026년 5월 준공 예정인 ‘힐스테이트 속초'(925세대), 2027년 2월 준공 예정인 더샵 ‘속초 프라임뷰'(1,024세대)를 비롯해 향후 2년간 2,0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인구 상황에서는 향후 외지인들이 물량을 소화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대기 수요가 꾸준한 만큼 교통 호재가 가시화되면 속초 아파트값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춘천역부터 화천, 양구, 인제, 백담, 속초역을 연결하는 93.7㎞ 구간의 동서고속화철도가 2027년 개통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철도가 완공되면 서울에서 속초까지 1시간 39분에 이동할 수 있다.
한편, 속초의 상주인구가 줄어들면서 도심 상권도 흔들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속초 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22년 1분기 11.6%에서 2023년 14%로 늘었다. 지난해 4분기에는 19.9%까지 치솟으며 도내 최고를 기록했다.
이에 속초시는 속초의 도심 번화가로 알려진 설악로데오거리 상권 활성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속초시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청년 창업 등을 통해 관광수산시장 관광객을 도심으로 유입시키겠다”라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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