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오피스텔은 제외
같은 단지, 다른 규제
풍선효과 우려 커져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일부 동과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오피스텔,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의 보류지 등은 공통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피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즉,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지 않아 여전히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가능하다. 서울시가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내 모든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적용 대상으로 포함한 가운데, 이들 주택은 규제에서 제외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토허제 적용과 관련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실거주 의무 기간 2년, 기존 주택 보유자의 신규 취득 가능, 재개발·재건축 구역의 입주권 및 분양권 포함 여부 등의 세부 기준이 포함됐다.

그러나 연립주택이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형태의 주택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는 해당 주택들이 토허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실태 조사 등 사후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지만, 비아파트는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한남더힐은 총 32개 동 중 11개 동이 건축물대장상 아파트가 아닌 연립주택으로 분류된다. 해당 동들은 고도제한으로 인해 최고층이 3층 이하로 제한되었고, 이에 따라 건축법상 연립주택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 때문에 같은 단지 내에서도 연립으로 분류된 동은 토허제를 피할 수 있다.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역시 상황은 유사하다. 타워팰리스 1차 단지는 주상복합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아파트는 1294가구, 오피스텔은 202실이다. 단지 내에서 동일 건물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혼재해 있더라도, 건축물의 용도에 따라 토허제 적용 여부가 갈린다.
이와 유사하게, 재건축 및 재개발 조합이 분양하지 않고 보유한 ‘보류지’ 역시 토허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서초구 잠원동의 ‘메이플자이’ 보류지 29가구가 최근 매물로 나온 가운데, 해당 가구들은 토지거래허가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다. 이는 보류지가 부동산 거래신고법상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토허구역 내에서도 다세대, 연립주택,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등은 건축법상 용도가 아파트가 아니기 때문에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결국 같은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주택의 형태나 용도에 따라 규제 적용 여부가 달라지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를 피해 갈 수 있는 연립이나 오피스텔, 보류지 등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고급 주거지인 한남더힐이나 타워팰리스 같은 단지에서조차 일부가 규제를 피하면서, 투자를 고려하는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 이전에 이들 비아파트형 주택을 규제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토허제 재지정이 긴급하게 이뤄진 만큼, 세부 기준을 마련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고급 빌라나 보류지 역시 토허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러나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과 행정 효율성을 이유로 이를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에만 규제를 집중함으로써 정책 집행의 명확성과 홍보의 용이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나 국토부 입장에서는 모든 아파트를 일괄적으로 지정하는 편이 정책 홍보나 행정 집행 면에서 효율적”이라며 “반면 일부 단지를 선별해 규제할 경우 형평성 논란과 함께 행정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용산구 효창동의 효창한신아파트는 단지 내 일부 필지가 마포구에 걸쳐 있어 건축물대장에 용산구와 마포구 주소가 혼재된 상태다. 이로 인해 토허제 적용 여부에 혼선이 생기자, 용산구는 서울시에 유권해석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토허제 가이드라인 발표는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연립주택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유형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형평성 및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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